미르초유 할머니 ‘한-루마니아 사전’ 완성

MC:

한 루마니아 여성이 1960년대 헤어진 북한 남편을 애타게 그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한국어 공부가 최초의 한국어-루마니아어 사전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올해 75살의 조르제타 미르초유( Georgeta Mircioiu) 할머니는1960년대 헤어진 북한의 남편을 향한 사랑으로 12년 전 한단어 한단어 거북이처럼 시작한 한국어를 루마니아어로 번역해 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15일 모두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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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연애시절의 조르제타 미르초유(Georgeta Mircioiu) 할머니와 남편 조정호씨. PHOTO courtesy of alto &base company (PHOTO courtesy of alto &base company)

Georgeta Mircioiu: 남편하고 헤어지고 나서 남편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러시아말과 루마니아 말로 남편과 대화를 했었는데 헤어지고 나서 남편 생각을 하면서 남편이 배우라고 권유했던 한국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 남편에게 미안하고 남편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한국말 자체를 그리워 하다가 한국말이라도 자꾸 배우고 사전을 만들어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고자 했어요.

미르초유 할머니는 앞서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의 작은 아파트에서 하루 평균5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한국어를 루마니어 어로 번역하는 일에 매달렸고 이 일로 눈도 더 나빠지고 건강도 안 좋아졌지만 오직 남편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즐겁게 작업했다고 밝혔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완성된 사전 번역본을 한국 외국어 대학교 루마니어과의 이문수 교수에게 전달할 예정이며, 앞으로 전문가들의 교정과 검증을 거쳐 출판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그동안 한국어 – 루마니아어 사전이 없어 혼자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하고 앞으로 출판될 최초의 한국어- 루마니아어 사전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도움을 얻기를 바랐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계기는 1952년 북한의 전쟁고아를 이끌고 위탁교육을 위해 루마니아로 파견된 북한인 남편 조정호씨와의 만남때문이었습니다. 미르초유 씨와 조정호 씨의 국경을 넘은 사랑은 1957년 루마니아와 북한당국의 허가를 받아 결혼하는 결실을 맺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남편과 결혼한 후 함께 평양으로 옮겨 살았지만 1962년 생후 1살 반 된 딸이 병에 걸려 치료를 위해 루마니아로 일시 귀국한 다음 다시 평양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남편과 생이별한 채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이후 몇차례 루마니아 주재 북한 대사관측에 남편이 있는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비자 발급을 요청했지만 북한 당국은 남편 조정호씨가 죽었다, 실종됐다라는 이유를 반복하며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미르초유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확인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북측에 요구한 결과 올해 3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남편이 2004년 병으로 죽었다는 사망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남편 조정호씨와 잠시나마 함께 행복했던 부카레스트에서 현재 딸과 사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최초의 한국어-루마니아 사전이 남편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