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납북자 진상 규명 법안 잇따라 국회 제출

6.25 전쟁 중 북한에 납치된 ‘전시 납북자’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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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는 6.25 전쟁 이후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은 있지만, 전쟁 당시 납북된 민간인을 위한 법은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국회의원들이 전시 납북 피해 진상 규명을 위한 법률안을 연이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지난 12월 10일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을 포함한 89명의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국회에 공동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3일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포함한 13명의 의원이 유사 법안을 함께 발의했습니다. 두 법안은 전시 납북 피해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진상 규명 위원회'를 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박선영 의원의 법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전시 납북자와 그 가족의 "피해를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 법안은 '외교통일통상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도 유사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라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은 의원이 전시 납북자 관련 법안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일: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우리나라 정부가 아직 손을 안 대고 관심을 안 기울였다는 게 참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할 생각을 좀 하는 거 같아서, 저희는 감사하다고 생각을 해요.

전시 납북 피해자 규모는 조사 기관과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1950년 12월 1일 공보처 통계국이 최초로 작성한 '서울특별시 피해자명부'에는 2,438명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1956년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한적십자사가 신고받은 납북자 명단은 7,034명입니다.

또한, 1952년 1월 4일 존 무초 주한 미국대사가 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낸 긴급 비밀문서에는 "한국 내무부가 작성한 '피랍자' 명단은 126,325명"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미일 이사장은 납북된 사람 중 “대한민국 건국에 이바지한 분들이 5천에서 1만 명가량 포함돼 있다는 걸 자료 조사를 통해 알아냈다”라면서, “이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미일: 북한에 제시할 명단을, 정확한 명단을 작성하려면,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수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전시 납북자 중 일부는 “자진해 북한으로 넘어간 월북자로 치부되어 남쪽 가족들이 공안 기관의 감시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취업이나 외국여행 등에 있어 인권 침해나 불이익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라고 박선영 의원은 밝혔습니다.

전후 납북 피해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 2007년 10월 발효된 ‘전후 납북 피해자 지원법’에 따라 귀환자 정착과 피해자 가족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작년 한 해 동안 총 186건의 전후 납북자 피해 사례에 대한 심의를 거쳐 60억 2천6백만 원, 그러니까 미화로 440만 달러가량의 정착금과 위로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작년 말 납북자 대책 전담반을 구성하고 납북자의 신상을 포함한 각종 관련 정보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12월 31일 실시한 2009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기존 해결방식을 넘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