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 위원장의 대외 활동 살펴보면...

[MC]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기기 전 최근까지 보여준 대외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11월과 12월에 군부대를 집중적으로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노정민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노정민 기자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MC] 우선 11월과 12월, 김 위원장의 대외 활동부터 한편 살펴보죠.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노정민] 네. 북한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선 대외활동은 156회로 집계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두 달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외활동을 살펴보면, 10월에 24회, 11월에 15회, 12월에 9회의 대외활동이 이뤄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대외 활동은 군부대 시찰, 산업시찰, 공연 관람 등 정치와 경제, 문화, 외교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런데 11월과 12월에 김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자인 셋째아들 김정은과 함께 군부대를 집중적으로 시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송영선 의원이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1월에 7번, 12월에 2번, 군부대를 방문했는데요, 올해 김 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군부대를 방문한 횟수가 16번인데, 그 중 9번이 11월 이후에 집중됐습니다. 10월까지만 해도 군부대를 3번 방문했는데, 11월에 7번으로 많이 증가한 거죠.
그런데 이 시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바로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지난 10월 20일에 시민군에 의해 숨졌거든요. 그 이후 군부대 시찰이 집중된 것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카다피의 사망 이후 군부대 시찰을 통해서 '군의 단결과 자신에 대한 충성을 도모한 것이 아닌가'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사망한 지 이틀 만에 김 위원장이 급하게 찾아간 곳은 호위사령부였는데요, 호위사령부는 김 위원장을 가까이에서 경호하고 김 위원장의 사무실과 저택 등을 지키는 특수임무를 갖는 곳이죠. 갑자기 여기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군인들에게 '수령결사 용위정신'을 발양하라고 독려했는데, 그만큼 김 위원장의 불안한 심정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C] 10월부터 12월까지 김 위원장이 바쁜 행보를 보였는데요, 이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 않습니까?

[노정민]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나선 대외활동은 156회로 집계가 됐는데요,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에 67회, 그리고 7월부터 사망 직전까지 89회로 하반기의 활동이 더 분주했고요, 10월 이후에는 48회로 하반기의 절반 이상이 집중됐는데요, 이렇게 분주했던 대외활동의 배경에는 내년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체제의 확립을 위한 행보일 수 있겠고, 또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전 세계 독재자들이 무너지는 때에 내부 단속과 군의 결집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대외활동에 동행한 측근 중에는 역시 후계자인 김정은이 횟수가 두 번째로 많았고(96번), 올해는 외국 정상까지도 함께 만난 것으로 볼 때 가능한 많은 기회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확고히 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루크 허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

김정일 대외활동 동행 횟수 순위 Opens in new wind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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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 Herman] 김 위원장이 죽기 전에 가능한 모든 기회를 살려 김정은을 함께 연단에 올리고자 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또 김정은이 처음으로 외국 정상인 촘말리 사야온 라오스 대통령을 만난 것도 앞으로 그가 고위급 외교활동에 관여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2008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대외활동을 강행했다는 점은 그만큼 김 위원장의 마음에 여러 가지 부담과 불안함을 갖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MC] 끝으로 김 위원장의 대외활동에 동행했던 인물들이 앞으로 김정은을 보필해서 원만한 후계구도의 정착을 이끌어야 할 사람들인데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습니까?

[노정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김 위원장의 대외활동에 가장 많이 동행했던 인물들은 우선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121번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82회로 뒤를 이었고요, 이밖에도 태종수 당 책임비서(76회)와 김기남 노동당 비서(75회), 박도춘 책임비서(74회), 리용호(63회) 군 참모장 등이 김 위원장의 최측근임을 과시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해외지도자연구담당 국장은 이같은 핵심 권력층을 놓고 볼 때 북한이 내부적인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음으로 경제에 중점을 둔 것이라 볼 수 있고 핵심 권력이 ‘당’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특히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김정은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때에 장성택, 김경희, 리영호를 비롯해 권력의 중심축이 어디로 움직여질지 또 김정은 후계체제를 누가 떠받들게 될지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때에 북한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발생하면 후계구도가 정착하는 데 난관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적지 않은데요, 일단 북한 권력층의 판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MC] 네. 노정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