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때 북한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의 여주인공을 기억하시죠. 하지만, 화폐개혁 때 숙청당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연좌제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2006년 북한에서 개봉된 '한 여학생의 일기'.
북한 영화 녹음: 내가 아홉 살쯤 될 적에 누군가 나에게 네 소원이 무엇인가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아파트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약 8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이 영화를 볼 만큼 당시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화를 지도하고 "모든 주민이 다 보게 하라"고 지시하면서 이 영화는 북한 주민들이 반드시 봐야 할 지정영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돌연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친척 방문차 나온 한 북한 주민은 "당국이 '한 여학생의 일기'를 보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 영화를 녹화한 DVD까지 전부 없애라고 지시했다"면서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이 화폐개혁 때 처형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친척이기 때문이었다고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한 여학생의 일기'에 출연한 여주인공은 당시 영화연극대학에 재학 중이던 박미향으로 알려졌으며, 얼굴이 예쁘고 연기를 잘해서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북한 주민은 "배우 박미향은 원래 외무성 간부의 딸로 알려졌으며, 그의 가족은 외국에도 여러 번 다녀오고, 오빠도 외국어대학에 다니는 등 괜찮게 살던 집안"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경 북한 당국이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박미향도 영화무대에서 사라졌다면서 박남기 부장의 숙청과 함께 연좌제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몇 년 전에 평양에서 생활했던 한 탈북자도 자신도 북한에 있을 때 2~3번 이 영화를 봤는데, 박미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 들어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상영이 금지된 이 영화는 해외에서는 여전히 상영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 연변에서 열린 '북한(조선)영화상영주간' 때 '한 여학생의 일기'를 비롯해 영화 5편을 무료로 돌렸고, 해외 동영상 웹사이트 유트뷰에도 이 영화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 평양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영화배우가 숙청되면 그가 출연한 영화까지도 모두 없애는데 박미향은 연좌제로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영화를 다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영화배우 자체가 숙청된 경우는 다릅니다.
북한은 1970년대 말 영화 '목란꽃'의 주인공 우인희 씨가 공개 처형되자,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영화를 다 없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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