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 비난하던 북, 영어 사용 급증

0:00 / 0:00

MC: 최근 '세계화'를 꿈꾸는 북한에서 영어 외래어 사용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한국에 대고는 외래어 사용이 '친미사대매국 행위'라고 상반된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한국에서는 영어로 표기된 회사나 제품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된 지금, 세계화로 발전하면 할수록 영어의 사용은 불가피한 사회적 문제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6일 "영어망국병이 부른 결과"라는 글에서 한국사회가 영어 남용으로 망해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영어를 비롯한 각종 외래어를 마구 끌어들여 우리말과 글이 사라지게 하는 것은 민족을 망하게 하는 반역의 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계첨단을 꿈꾸는 북한에서도 외래어 사용이 크데 늘었습니다.

북한에서 개통된 3세대 이동통신 전화 회사인 고려링크의 광고를 들으시겠습니다.

"제21차 전국 프로그람경연 및 전시회에서는 인민경제 정보화 현대화를 위한 우수한 프로그람들과 함께 여러 가지 다양한 손전화 프로그람들도 출품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기서 프로그람은 영문자 그대로 정보기술분야에서 쓰이는 국제용어로, 북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이 광고를 만든 전화 회사의 이름도 고려링크(KORYOLINK)입니다.

즉 고려라고 하는 영문자에 교통이나 통신의 연결을 뜻하는 영문자 'LINK'가 결합되어 북한의 대표적인 통신회사 이름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이 광고에 소개된 한 북한 기술자도 컴퓨터 오락을 뜻하는 '게임'이라는 영어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평양프로그람개발센터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이용되는 손전화 이용 프로그램들을 수많이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인민들이 많이 이용해온 윳놀이, 오목과 같은 게임들도 많이 출품해서 사람들 속에서 이용되도록 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에서 영어문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회사는 조선콤퓨터쎈터(Korea Computer Center)가 있습니다.

북한의 콤퓨터 기술연구와 보급을 총괄하는 곳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영어 대문자를 따서 KCC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쏘프트 웨어산업총국, 내나라정보쎈터 등 정보기술분야에 종사하는 회사들의 이름은 거의 다 영문자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영어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로 대표적인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경제관련 업적으로 찬양되는 CNC입니다.

북한 과학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녹취: 북한TV)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1990년대 중엽 연하기계공장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CNC가공반을 보아주시고 기계공업의 CNC화를 다그치도록 걸음걸음 이끌어주시고…."

CNC는 영어로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로, 컴퓨터에 의한 기계장치의 수치제어를 말합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영어로 된 외래어의 사용은 앞으로 세계화로 다가가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IT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컴퓨터기술과 관련한 기술서적들은 영문으로 되어 있어 그것을 조선말로 바꿀 경우, 혼돈이 가므로 그대로 배우고 현실에서 그대로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