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후계자설에 전문가들 “글쎄…”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한국의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진위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사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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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25살 된 셋째 아들 김정운을 낙점하고, 이러한 결정을 담은 `교시'를 1월 8일께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합뉴스는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조직지도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김 위원장의 결정 사항을 전달한 데 이어 각 도당까지 후계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고 있으며, 고위층을 중심으로 후계자 결정에 관한 소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5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운이 후계자가 되면 북한은 3대 세습을 하며, 이는 세계사에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중반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다음 '조바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며, 김정운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후계자의 '후견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연구해 온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이혼녀인 성혜림에게서 태어난 장남인 김정남은 일찌감치 눈 밖에 나 국외를 떠돌고 있어 후계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작지만, 봉건적 특성이 있는 북한의 정치 문화를 고려할 때 셋째 부인 고영희에게서 태어난 정철과 정운 둘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아주 크며, 김 위원장은 둘째와 셋째 아들 중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셋째 아들을 더 선호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 김정철의 경우, 장자로서 지위 누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성격이 유약해서, 바로 그 점 때문에 김정일이 나름대로 통솔력이 있는 김정운을 지명할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교시’를 통해 막내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소식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사실일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32살이던 1974년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5기 8차 전원회의에서 정치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후계자로 공인을 받았습니다. 당의 결정으로 후계자가 되는 형식을 취한 것입니다.

북한이 김정일 독재 체제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후계자 결정 과정이 사실이라면 김정일의 ‘교시’가 아니라 당의 결정이 그 근거가 됐어야 한다고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은 지적합니다.

김광인: 이번의 경우는 김정일 개인의 지명이죠. 이것은 조금 대외적으로 봐서 좋은 모양새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되기 전에도 선전선동부와 같은 부서에서 공식 직책을 갖고 후계자 수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운은 아직 특별한 공직이 없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김정일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시도는 1974년 이전에는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면서 “이번엔 조직지도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공식 직책도 없는 김정운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결정 사항을 알렸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25세밖에 되지 않은 김정운이 후계자로 결정되면 권력투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 같은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고 양 교수는 밝혔습니다.

양무진: 특히 권력 투쟁을 가장 싫어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처지에서 봤을 때, 정초에 이렇게 내정을 하는 것은 신빙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정보 당국은 “김정운이 후계자가 됐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실 파악이 된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운은 1990년대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를 졸업한 다음 평양으로 귀환해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니며 "주체의 영군술(領軍術)"을 중심으로 배웠으나 노동당이나 군에서 특별한 공직을 맡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