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북한 후계 발언은 중국 겨냥한 것”

아시아 순방길에 서울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이같이 우려를 표시한 데는 무엇보다 이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입니다.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19일 서울을 방문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와 관련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권력 승계가 벌어지면 설령 평화적인 승계라 해도 많은 불확실성이 생길 것이고, 북한 사회 내부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수단으로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잠재적인 후계자들이 권력 투쟁에 나서면 북한과 주변국 사이에 이미 높아진 긴장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오바마 행정부는 매우 우려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후계체제 문제에 관해서 미국 정부의 최고위 인사가 이처럼 공개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클린턴 장관이 처음입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3남 정운이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나와 더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대외지도자 연구프로그램 국장은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을 "미국이 북한의 후계 문제로 빚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는 점을 우선은 북한에 알리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지만, 클린턴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직후 다음 행선지가 중국임을 고려할 때 "이번 발언은 북한의 후계 체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조가 미온적인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Ken Gause: Especially China has refused to engage us on possible crisis management issues on post-Kim North Korea... (특히 중국은 김정일 이후 혹은 북한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때에 대비한 잠재적인 위기 관리체계에 관해 미국과 협조를 거부했습니다.)

따라서 클린턴 장관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의 후계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은 “이 문제를 공식 토론의제로 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도 볼 수 있다”고 고스 국장은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의 공개 언급에도 중국이 북한 후계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흔쾌히 협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해군분석센터의 고스 국장은 “중국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오히려 북한에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고, 또 자체적인 긴급 대응계획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협조 요청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시 박사도 “중국은 북한 지도부의 위기 상황이나 후계 체제와 관련해 자체 계획이 있어 이런 문제에 관해 미국이나 한국과 공조하는 일이 국익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Dr. Larry Niksch: China will operate quietly in the backrooms to influence this new... (중국은 오히려 새로 등장할 북한 지도체제에 영향을 주려고 막후에서 조용히 작업할 것입니다. 또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중국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성을 바라고, 미국과도 공조는커녕 정보도 공유하지 않을 것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국 정부가 내부적으론 한국, 일본 등과 함께 북한의 긴급 상황에 대비해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고 있는지는 정확히는 모른다”면서도 “다만, 전임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게 듣기론 중국은 북한의 후계 문제에 관해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