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만경대혁명학원은 혁명열사 유가족과 당과 군대의 고위간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고(故)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1947년 10월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설립된 특수학교입니다.
만경대혁명학원 원생들은 학교 전 기간 군대식으로 생활하며 김일성•김정일의 사상으로 완전히 무장된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로 육성돼 당과 군대의 주요 간부로 발탁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군부에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b>과거 김정일 후계자로 됐을 때도 그랬지만, 김정일 이후에도 북한의 핵심 역량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이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b> <br/>
만경대 혁명학원 1기생으로 알려진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은 이번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2월 인민무력부장에 등용된 김영춘 차수와 총참모장이 된 리영호 대장도 모두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입니다.
최근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시찰에 최다 동행한 현철해 총정치국 상무부국장도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으로, 최근 후계자로 떠오르는 김정운의 후계자 수업을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경대혁명학원이 지난 시기에 북한의 핵심 실세를 키워내는 중심 학교가 돼왔지만, 최근 후계자 문제가 드러나는 시점에 그곳 출신들이 새롭게 중용되면서 앞으로 후계자를 옹립할 후견인 그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데 빨치산 그룹이 후견인 역할을 해준 전례처럼 앞으로 후계자의 후견인 역할을 만경대 혁명학원출신들이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과거 김정일 후계자로 됐을 때도 그랬지만, 김정일 이후에도 북한의 핵심 역량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이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언론매체에서 ‘만경대 가문’이 언급되는 것도 만경대의 혈통이 단지 김정일 친족 가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심 계층 사이에서도 출신 성분이나 대우를 놓고 갈등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이 후계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성혜림과 관련된 책 “나는 성혜림의 친구였다”의 저자 탈북자 김영순 씨의 말입니다.
“내가 99년도에 평양에 갔을 때 김일성의 유공자들, 항일투사 유가족들이 입이 닷 발(다섯 자)이나 나왔어요. 입이 닷 발 나왔다는 것은 불평이 많이 부린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죽고 나니까 자기네들 값어치가 없어졌다고 그래요.”
최근에는 만경대혁명학원 입학 대상자들도 너무 많아져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은 학교 당국에 뇌물을 바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다른 고위층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상 이념적으로 아주 철저했던 김일성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도 부정부패에 연루되고 기강이 해이해진 상태기 때문에 북한의 후계 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