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층 자녀 과외 성행

북한에서 고위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과외교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북한이 12년제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하면서 부족한 교원인력을 어떻게 채울지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2000년 초 불기 시작한 북한의 과외교육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한 북한 주민은 "과외교육은 고난의 행군 때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평양을 중심으로 사교육 뿌리가 깊이 자리 잡혔다"고 말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생존을 위해 교원들 사이에 처음 시도됐던 개별 지도가 지금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갖춘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평양의 중앙당 간부 거주지역인 영광중학교 학생들도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는데, 한 달 과외비로 20달러를 내는 정도"라면서 "부유층들도 이름 있는 과외 지도교원들을 찾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교육체계를 손질하는 고위층부터 사교육의 달콤함을 알기 때문에 공립교육 주체의 12년제 교육제도를 어떻게 정착시킬지 의문입니다.

그는 "과외교육은 유능한 교원들이 1:1로 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아주 높다"면서 "개별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실력이 있어서 가끔 문제를 푸는 방식을 놓고 선생님과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북한에서 우수한 교원 인력이 교단을 떠난 것도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고등중학교 학생들의 대학입시 준비를 가르치던 다과목 소조 교원들은 일부 학교를 그만두고 사교육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북한도 이러한 교원부족 실태를 의식한 듯, 12년제 의무교육법령에서 교원 보충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습니다.

녹취/ 북한 TV: 교원경력자, 적격자들을 찾아내어 부족 되는 교원대렬을 보충한다.

한 교원 출신 탈북인사는 "학교에서 받는 월급은 3천원인데(암시세 미화 50센트), 개별지도를 하면 한 달에 최소 5명만 가르쳐도 100달러를 벌 수 있다"며 교원들이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교원들이 사직서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학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당하는 불이익 때문입니다.

그는 "교원의 급수는 학급을 몇 개 졸업시키는가에 결정되는데, 학급을 맡았다가 학생들이 말썽을 일으키면 선생이 비판무대에 서고, 또 각종 사회노동에 다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살림이 엉망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외교육만 하면 비판도 받지 않고 돈도 벌 수 있는데, 학교에 나가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뿌리내렸다는 반응입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엉망이 된 공교육제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교원들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