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돼 재판을 받은 미국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방북할 인사로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적합한 인물이라는 입장을 정리해 왔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여기자들의 소속사인 커런트 TV의 설립자,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 측과 아직 이에 관한 협의나 조율을 하지 않아 그의 방북이 단지 미국 측의 입장에만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측에서 이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이 금방 이뤄지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워싱턴에서는 전망한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언 켈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4일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고어 전 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느냐는 질문에 이를 부정하지 않아 방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무부의 다른 고위 관리는 주말을 이용해 고어 전 부통령이 북한을 깜짝 방문할 예정인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부인했습니다.
국무부의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매리 법과대학 교수도 고어 전 부통령의 이른 방북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고어 전 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미국과 북한 간 사전 조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이런 준비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Mitchell Reiss: 미국과 북한 간 진전된 조율과 준비가 있기 전에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이른 방북은 회의적입니다. 또 최근까지 미국과 북한 간 어떠한 사전 조율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국장도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에서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고어 전 부통령을 대북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고어 전 부통령이 이번 주말에 방북하는 데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과 미국 정부의 단독적인 금융 제재가 논의 중이고 북한에서 여기자의 재판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은 시기상조라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 연구원도 고어 전 부통령의 이른 방북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이 여기자의 석방 문제를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창구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큰 상황에서 고어 전 부통령이 여기자 문제 외에 북한에서 논의할 수 있는 현안의 폭은 좁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고어 전 부통령보다는 더 영향력이 높은 인사의 방북을 원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이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Michael O' Hanlon: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북한을 간다면 북한은 여기자의 석방 외에 다른 현안을 논의하고 싶겠죠. 하지만 고어 전 부통령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도 아니고, 지금은 백악관을 나온 전 부통령인데요, 정치적 관계가 다소 떨어지죠. 논의의 폭은 넓지 않을 겁니다.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 여기자에 대한 재판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