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 많던 놀이공원, 주민들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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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가 '공화국창건기념일(국경절)'에 맞춰 개장한 놀이공원이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놀이시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하는데 밤이면 전기도 없어 적막하기만 하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은 9월 17일, 새로 개장한 회령시 놀이공원을 요란하게 소개하면서 주민들의 반향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 TV 녹음 : 아이가 타면서 무릎을 다칠까봐 걱정을 하고 팔꿈치를 상할까 봐도 걱정을 했습니다. 인공 잔디위에서 미끄럼대를 타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제가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배려로 지어진 ‘놀이공원’을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는 내용이었는데 놀이시설들엔 인조잔디까지 깔아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히 보살핀다는 선전이 곁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회령시 주민들은 ‘조선중앙텔레비죤’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회령시의 한 주민은 “낮에는 찾는 사람들이 없어 한산한데다 밤이 되면 전등도 없어 음산하기 그지없다”고 회령놀이공원의 분위기를 이야기했습니다.

회령놀이공원이 위치한 성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이 주민은 놀이공원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곳에 살림집들이 많았다며 살림집들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도 그곳을 편히 지나다닐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놀이공원이 들어서면서 밤이면 그곳을 지나기가 무서워졌다며 공원 내에 가로등은 많이 설치돼 있지만 전기사정으로 가로등 조명을 켜지 못하면서 인적이 없고 컴컴해 주변이 공포감을 자아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회령시 망향동에 산다는 또 다른 주민은 “놀이공원이 처음 개장했을 때 구경삼아 한번 가 보았다”며 “어른들이 즐길 것은 별로 없고 아이들을 위한 시설들이 대부분인데 그마저도 값이 비싸고 재미가 없어 아이들도 별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내버스가 없어 아이들이 공원까지 가려면 너무 먼 거리인데다 로라(롤러)스케이트 한번 빌려 타려해도 시간 당 북한 돈 천원을 내야한다며 로라스케이트만 빌려줄 뿐 안전모나 무릎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같은 건 전혀 없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시설로는 농구장과 배구장이 있는데 시간당 북한 돈 5천원의 이용료를 받는다며 돈을 안 내고도 그냥 이용할 수 있는 공설운동장과 학교운동장들도 많은데 누가 돈을 내고 그 먼 곳까지 가서 농구나 배구를 하겠냐고 그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