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북 '청명절', 조상모시기 경쟁

0:00 / 0:00

MC: 4월 4일 '청명절'을 맞은 북한주민들이 조상 묘를 찾기에 바쁘다고 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앞 다퉈 조상 묘를 찾는 이유는 점쟁이들에 의해 조상 묘 찾기(성묘)가 장려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식량 절약 차원에서 허례허식을 없앨 데 대해 특별히 강조하고 있지만 조상을 모시고자 하는 민심은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청명절'을 맞아 많은 북한주민들이 오랜만에 휴식을 얻어 조상들의 묘를 찾았다는 소식입니다.

'청명절'인 4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허례허식을 없앨 데 대한 인민반회의까지 특별히 했지만 조상모시기 만큼은 당국이 막을 수 없었다"며 "밀수꾼들과 돈 많은 사람들은 중국에서 제사음식들을 수입해서 제를 지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과 마찬가지로 '한식'을 조상 묘를 찾는 날로 정했지만 달력에는 명절로 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한식이 중국의 명절이라는 이유로 한식 전날인 '청명절'을 새롭게 민속명절로 제정하고 이날에 조상묘를 찾도록 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청명절을 맞으며 오늘 하루 휴식을 주었다"며 "잘 사는 사람들은 월병과 빼주(백주·중국술)를 제사 음식의 기본으로 챙기지만 나처럼 돈 없는 사람들은 소박한 정성이라도 보이기 위해 간단히 음식을 차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이 차린 제사음식으로는 집에서 만든 술 한 병과 쌀밥 한 그릇, 이떡(가래떡), 두부 한모, 임연수 3마리, 사과 배 각각 3알과 돼지고기 200그램, 말린 낙지(오징어) 1마리, 계란 세알이 전부이며 음식을 만들기 위해 콩기름 300그램을 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러한 제사음식을 장만하는데 북한 돈으로 정확히 2만2천2백원이 들었다며 이 정도는 보통사람들의 기본 상차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양강도 소식통도 "잘 살고 못 살고는 산에 가보면 표가 난다"며 "잘 사는 사람들도 이날만은 옆에 묘에 찾아온 보통사람들을 불러 함께 음식을 나눈다"고 북한에 남아있는 제사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이 주변의 다른 묘 주인들을 불러 음식을 나누는 것은 자신들이 그만큼 잘됐고 인심을 베풀 줄 안다는 것을 자기 조상들에게 보여주자 하는 의미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러한 조상모시기 열풍은 대부분 점쟁이들의 조언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종교가 금지된 북한에서는 몰래 관상을 봐주고 돈을 받는 점쟁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후손들의 운명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대부분 조상을 잘 모시거나 잘 못 모신데서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 대부분이 이사를 하거나 집을 짓고, 대학시험을 볼 때에도 점쟁이들을 찾아 간다"며 "점쟁이들의 조언에 따라 조상의 묘를 옮기거나 또 조상 묘를 옮길 일이 생기면 먼저 점쟁이부터 찾아 간다"고 말해 북한에서 미신행위가 의외로 성행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점쟁이들의 조언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문화로 발전돼 "지금에 와서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집집마다 조상모시기 경쟁이 붙어 '청명절'을 더 북적이게 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