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간판 아나운서, 즉 주요 보도진행자로 활약해온 리춘희 씨가 여러 날 째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국보’로 신임을 받는 그가 사라진 배경을 정영기자가 짚어봤습니다.
40년 째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보도를 담당해온 간판 아나운서인 리춘희(68)씨가 50일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일본의 라디오프레스(RP)가 처음 주장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중앙텔레비전을 분석한 결과, 리춘희 아나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 언론과 서면 인터뷰(회견)를 했다고 보도한 10월 19일을 끝으로 방송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리춘희 아나운서
> “지금부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2011년 10월 13일에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사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보내드리겠습니다”
68세의 나이임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리춘희 아나운서는 주로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이나, 북한 정부의 입장을 대내외에 알리는 보도를 해왔습니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 관련 보도를 할 때는 ‘한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정중히’ 하고, 미국이나 남한을 향해 보도할 때는 ‘원수들을 쳐부수는 강한 어조’로 쏟아내 보도의 성격에 따라 억양과 소리빛깔을 낼 줄 아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아왔습니다.
이런 천부적인 자질로 인해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목소리를 ‘국보’, 즉 ‘나라의 보배’라고 칭찬했고, 자가용 승용차와 고급주택을 무상으로 안겨주고, 인민방송원, 노력영웅칭호도 수여했습니다.
이런 능력 있는 아나운서였기에 그의 잠적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신병관계로 조기 은퇴했을 가능성과 좌천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리씨가 평소 젊은 목소리와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그도 70을 바라보는 나이라 질병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사망 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만일 리춘희 아나운서가 사망했다면 ‘국보급’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고가 나왔을 테지만,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과오를 범해 해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리춘희 씨와 특급 아나운서로 쌍벽을 이뤘던 전형규 씨가 1997년에 사망했을 때는 김정일 위원장 명의로 화환이 전해졌다고 보도됐습니다.
한편 북한이 앞으로 있을 강성대국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최근에 있은 북한 매체의 보도 흐름을 보면서 북한이 대중매체의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춘희씨가)나이가 좀 있으니까 건강이 안 좋아서 못 나올 수도 있고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다시 말해서 강성대국 건설 분위기를 위해서 해설자들까지 젊은 사람들로 바꿀 수 있지요, 하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어떤 국가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추구한다”면서 “최근 후계자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측근들이 젊은 층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고찰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북한 중앙텔레비전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아나운서들이 등장해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 아나운서들은 약 2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은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한자리에서 장기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