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최근 GPS, 즉 위성 위치정보체계를 교란하는 전파를 남쪽으로 발사해 한국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GPS 수신에 일시적인 장애가 일어났습니다. 한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방해하기 위해 벌인 일로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북한 청취자들이 일단 GPS, 즉 위성 위치정보시스템이 뭔지 궁금하실텐데요.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답: 네, GPS 위성 위치정보시스템은 비행기나 선박 혹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인공위성을 이용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비행기나 선박의 항법장치 뿐 아니라 자동차를 운전해서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도 이 GPS 신호를 이용한 기기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고 또 위성으로부터 오차가 없는 정확한 시간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GPS는 애초에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정밀 유도탄과 유인, 무인 항공기, 함정 그리고 군 통신장비 등 군사용으로 주로 많이 쓰입니다.
문: 북한이 이런 GPS를 교란하는 전파를 남쪽으로 쏜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일과 6일 해주와 개성 지역의 군부대에서 강력한 GPS 교란 전파를 발사해 서울과 인천, 파주 등 한국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일시적인 GPS 수신 장애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GPS를 활용한 휴대전화에 표시되는 날짜와 시간이 틀려지거나 또 통화 품질이 저하됐고 군 포병부대의 계측기 등에서 일부 장애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GPS 교란전파를 발사한 것입니까?
답: 한국 정부의 당국자들은 북한이 지난달 28일 시작된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이번에 GPS 교란 전파를 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훈련에 동원된 첨단 정밀 유도무기들이 GPS를 이용하는 만큼 이들 장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란 설명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차량탑재 장비를 이용해 50킬로미터에서 100킬로미터의 범위에서 GPS 전파를 교란할 수 있는 재밍, 즉 전파교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한국 정보 당국은 이번에 북한이 GPS 교란 전파를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발사한 것으로 봐서 “북한이 200킬로미터 범위를 교란할 수 있는 이동형 장비를 새로 들여와 실험하기 위해 전파를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GPS 교란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KF-16전투기에 장착된 GPS 정밀유도폭탄 ‘JDAM’ 같은 첨단 유도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 최근 GPS 전파교란 외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한국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것도 북한 소행으로 볼 수 있을까요?
답: 지난 3일부터 계속됐던 국내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DDoS), 즉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대해서도 한국 당국과 업계는 북한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략서비스센터(NKSIS)라는 민간단체는 7일 북한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디도스 공격은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정보기술에 정통한 탈북자 출신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도 한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번 사이버 공격은 물증은 없어도 그 배후에 북한이 있는 게 확실하다면서 이번 디도스 공격과 GPS 교란 전파는 북한이 본격적인 대남 전자전에 나서기에 앞서 시험 공격에 나선 성격이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앞으로 북한의 대남 추가도발의 양상이 전자전 등 비정규전의 모습을 띨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 등 실제 무력을 사용한 도발을 했다면 올해는 전자전과 심리전 등 비정규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지만 일정 반경 내의 모든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를 파괴하는 전자폭탄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중국도 북한의 국지전 도발 등을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물증을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전자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문: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어떤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까?
답: 네, 한국군 당국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최근 정보작전 방어 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평시 준비태세’인 5단계에서 ‘격상된 경계태세’인 4단계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7일 최근 군 인터넷 망에 대한 공격 시도가 빈발하고 있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인포콘을 격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와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오는 9일 최근 북한의 GPS 교란 전파 발사와 관련해 김관진 국방장관 등과 함께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 계획입니다.
MC: 네, 지금까지 최근 북한의 GPS 교란 전파 발사와 관련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