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최근 북한의 쌀값이 1천원대로 치솟으면서 주민들이 기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특권층들의 호화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고 하는데요. 평양시내 특권층 아파트에는 쓰레기장을 지키는 경비원들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외부세계에선 북한을 가리켜 평양중심의 국가라고 부릅니다. 지방의 모든 주민이나 수단들이 평양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만큼 평양은 식량공급을 비롯한 일반 주민들의 생활환경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 극심한 경제적 혼란을 겪으면서 최근에는 평양시에서도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식량가격이 950원까지 치솟는 등, 주민들의 생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식량난 탓인지 지난 1월 초부터 평양시 특권층이 사는 아파트 쓰레기장에 평양시민들이 들어와 쓰레기를 뒤지는 바람에 특별경비원이 배치되는가 하면 노동당 재정경리부가 나서서 매일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고 합니다.
평양시 고위간부인 삼촌을 찾아 얼마전 창광거리의 한 고위층 아파트에 갔다온 함경북도 청진시 주민 한모씨는 ‘마치 별나라에 갔다 온 느낌’이라면서 “우리 같은 일반 사람은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특권층들의 호화생활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삼촌의 집에 머물던 닷새 동안에 벌어진 일을 이야기 하면서 “요새 나라살림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중앙당 간부에 대한 공급도 예전 같지 않다고 들었다”며 “내가 가있는 닷새 동안에 특별공급물자로 돼지대가리와 오리고기가 공급되었는데 돼지대가리를 본 삼촌어머니(숙모)가 크게 화를 내며 그 자리에서 통째로 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렸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물고기도 살아있는 바다 생선을 공급했는데 요즘은 냉동 명태와 청어를 공급하고 있어 삼촌네뿐 아니라 대부분의 집에서 공급물자를 쓰레기장에 그대로 버리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당 간부들은 굳이 공급되는 물자가 아니어도 뇌물로 들어오는 것이 많아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한씨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당 간부가 사는 아파트 출입구에만 경비인원을 배치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아파트 입구부터 호위총국 군인들로 경비를 세워 누구도 접근 못하게 삼엄한 경계망을 펼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중앙당 5과에서 아파트 쓰레기장을 전문 관리하는 경비인원을 따로 내고 노동당 재정경리부에서 매일 자동차를 들이밀어 쓰레기를 그날로 수거해 간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업차 중국 단동에 머물고 있는 평안북도의 한 간부는 북한 당국이 특권층의 아파트에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세우는 원인에 대해 간부들의 생활이 일반 주민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특별 안전대책을 취하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올해 1월 초에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지시가 내려진 배경을 “생활이 곤란한 늙은이와 어린이들이 중앙당 간부아파트의 쓰레기장에 와서 음식물쓰레기와 옷가지들을 주어가면서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창광거리에 있는 중앙당 아파트뿐만 아니라 인민무력부, 내각 성 간부들이 사는 아파트도 올해 초부터 모두 쓰레기장을 지키는 경비원이 배치돼있다며 쓰레기도 묵혀 두지 않고 나오는 즉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당 간부들이 사는 아파트는 호위총국이, 인민무력부 장령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평양시 방어사령부가 각각 경비를 맡고 있으며, 내각 성 일꾼들이 사는 아파트는 인민보안부에서 경비를 맡아 입구에서부터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지킨다는 전언입니다.
북한 당국이 특권층의 호화생활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그대로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