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리랑 공연 Q/A]

올해 8월 10일 다시 막을 올린 아리랑 공연은 그 명성만큼 문제가 많은 행사입니다.

북한은 이 행사를 통해 일인 독재와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는 한편 어린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이들을 외화 벌이에 동원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올해도 다시 아리랑 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이 행사를 소개해 주시죠.

허형석:

아리랑 공연은 평양 능라도에 있는 5.1 경기장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카드 섹션(배경대 공연)과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군무(群舞)와 대집단체조(매스 게임) 등이 압권으로 꼽힙니다. 북한 측은 아리랑 공연이 아리랑을 주제로 민족의 운명사와 세태 풍속을 서사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합니다. 아리랑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카드 섹션으로 묘사한 ‘서장’을 시작으로 ‘두만강을 넘어’ ‘인민의 군대’ ‘행복의 낙원’ 등 모두 7개 장에 걸쳐 항일 무장투쟁과 현재의 북한 역사를 모두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근로자와 예술단 7-8만 명과 학생 2만여 명 등 연인원 약 10만 명이 음악, 무용, 체조에 서커스까지 합쳐진 아리랑 공연에 동원됩니다. 이 행사는 김일성 주석을 상징하는 ‘첫 태양의 노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리랑’으로 제목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앵커:

아리랑 공연은 어떤 명성이 있기에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나요?

허형석:

아리랑 공연은 어스름하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각종 조명이 나오는 가운데 밤에 진행됩니다. 90분 가까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집단 공연은 그 일사불란함 때문에 한마디로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이 같이 화려한 집단 안무와 완벽한 카드 섹션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권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런 행사를 하려고 해도 인민과 학생을 이처럼 동원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 체제가 병영과 같은 북한만이 이런 행사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외국 관광객은 이런 강제적이고 억압적인 체제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아리랑을 관람하고 “정말 놀랍다”고 소감을 말합니다. 이 공연은 볼거리로서는 워낙 특이해 다른 나라의 어떤 공연보다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 관광객이 북한을 대표하는 이런 관광 상품을 찾습니다. 상당수 남한 사람도 공연을 직접 관람하거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보고 그 실체를 압니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8월 1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해외 관람객과 북한의 수입 규모가 나옵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해외 관광객 약 6만 명이 이를 관람했고 여기서 나온 북한 측 수입은 약 1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는 추산했습니다.

앵커:

북한은 어떤 이유로 아리랑 공연을 거의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까?

허형석:

정치적 경제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아리랑 공연을 통해 공산 체제와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해외에서 오는 관람객에게서는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2002년 고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아리랑 공연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김 부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입니다. 인민에게 두 가지 내용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일이 북한으로서는 체제 유지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아리랑 공연은 이런 작업의 일환입니다. 북한은 통치 측면에서 이 행사를 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은 해외 원조나 차관, 외국의 직접 투자 등의 분야에서 외화를 충분히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제재를 결의하는 바람에 각종 무기 수출이 점점 어려워져 외화를 만질 기회는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리랑 공연을 통한 외화 벌이는 훌륭한 대체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앞서 설명을 드린 바와 같이 두 가지 목적을 아리랑 공연을 통해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매년 이를 개최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이런 아리랑 공연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국제적 비난을 받습니까?

허형석:

북한이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린 학생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화려한 아리랑 공연의 이면에는 학생들의 참담한 사연이 너무나 많다고 이 공연에 학생들을 보냈던 탈북 학부모는 이야기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4일 이에 관해 보도한 바도 있습니다. 방송으로 나간 내용을 다시 소개해 드리지요. 평양 출신인 이 탈북 여성은 학생들이 행사나 훈련 도중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소변을 병이나 깡통에다 보고 그것마저 못 하면 방광염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카드 섹션, 즉 배경대에 앉은 아이들은 카드 한 장을 잘못 꺼내도 훈련 지도원에게 매를 맞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얼굴을 잘못 다룬 학생은 평양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거의 6개월에 이르는 훈련 기간에 여러 형태의 고통을 참아야하고 나중에는 미진한 수업 때문에 무더기 공부를 해야 하는 문제점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인권단체가 이런 인권 실태에 문제를 제기한 바가 있었지요.


앵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은 아리랑 공연이 북한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허형석: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북한이 강압적이고 전제주의적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 공연에 동원되는 성인이나 학생이나 모두 외부 세계를 잘 몰라 사는 게 다 그러려니 하며 체제에 절대적으로 순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유주의 국가의 기준에서 볼 때 자신들이 얼마나 인권 유린과 신체 혹사를 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자유주의 국가에서도 물론 이런 행사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 문제, 이에 합당한 보수 문제 등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억압적이고 인권 개념이 희박한 북한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없어 아리랑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공연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앵커:

아리랑 공연은 남한에서도 특별히 화제가 됐던 적이 있지요?

허형석:

노무현 전 남한 대통령이 이를 관람해 남한에서 아리랑 공연이 화제가 됐지요.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에 갔다가 북한 측의 간곡한 권유를 받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이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남한에서는 북한의 독재 체제를 찬양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이들을 외화 벌이에 무리하게 동원하는 그런 행사를 남한의 국가원수가 관람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라”고 공연 관람을 비판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아리랑 공연의 이모저모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