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첫 북중 간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원제 아리랑)’ 촬영을 위해 이미 폐막된 집단체조 ‘아리랑’의 출연자 10만 명을 급히 불러모으고 공연 기자재를 다시 설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중 양국 간 우호관계에 쏟는 북한의 각별한 관심을 반영하는 조치였지만 결국 주민들만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지적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된 북한과 중국의 첫 합작영화인 ‘평양에서의 약속.’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녹취>
중국의 한 신예 여성 무용가가 북한을 방문해 평양과 지방을 여행하면서 양국간 우의를 확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국 제작진의 북한 내 영화 촬영을 허용한 최초의 영화로, 대형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인 ‘아리랑’이 주요 볼거리입니다.
하지만 북중 우의를 상징하는 이 영화의 지난해 평양 촬영 때 이미 폐막된 ‘아리랑’의 출연자 10만 명이 다시 불려가 공연 장면을 재연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의 관영 인터넷 매체인 동북망은 지난 해 10월 평양에서 촬영에 들어간 제작진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아리랑’ 공연 촬영을 놓고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고 13일 보도했습니다.
당시엔 이미 ‘아리랑’이 폐막된 탓에 10만 명에 이르는 공연 출연자들은 물론 공연에 사용된 평양 5.1 경기장의 모든 기자재가 철수된 뒤였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전해 들은 북한의 ‘아리랑’ 공연 국가준비위원회 측은 곧 바로 학교와 공장, 기업소 등에 연락해 출연자를 급히 동원하고 기자재를 다시 설치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동북망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다 끝내고 돌아갔던 10만 명에 이르는 출연자들과 3천 여 명의 평양 시민들이 관중으로 다시 불려가 영화 촬영을 위해 공연 실황을 재연해야 했습니다.
여기다 영화의 한 장면인 북중 국제열차의 평양역 도착과 출발 장면 촬영을 위해 1천 여 명의 평양 시민들이 동원됐으며 특히 초가을의 분위기 연출을 위해 11월의 쌀쌀한 날씨에도 여성들이 여름철 치마저고리를 입고 촬영에 나서야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평양에서의 약속’에 이처럼 예외적으로 파격적인 지원을 한 배경에는 북중 양국 간 우호관계 증진에 대한 각별한 관심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름 내내 고된 공연에 시달렸던 출연자들이 영화의 배경 장면 촬영을 위해 다시 동원되는 등 실제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적잖은 고통을 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영화가 완성된 뒤에도 북한군의 중국 어선 억류 사건으로 중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자 5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평양 시사회가 전격 연기되는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