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지난해보다 일찍 개막한 북한의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지난 10일 폐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올해 공연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친선관계를 부각시키는 중국어 선전 문구가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합니다.
정보라 기자가 전합니다.
올해 아리랑 공연의 배경대 카드번지기(카드 섹션)에는 중국어로 ‘没有共产党 没有新中国 (공산당 없이는 새로운 중국도 없다)’는 중국 공산당 찬가가 등장했습니다.
올 여름 북한을 방문해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한 영국인이 전자우편을 통해 보여준 아리랑 공연 사진에는 위의 중국어 문구를 배경으로, 아래에는 중국의 오성홍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나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국기를 들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전통복장을 한 남녀 2쌍은 북중 관계를 과시하듯 손에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한국전쟁 발발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북한과 중국의 친선관계를 연출한 무대에서 보여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9월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한국의 민간단체 관계자도 배경대 카드번지기에서 같은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단체 관계자: 예년하고 굉장히 많이 달랐던 부분은 조∙중 친선 관련된 카드섹션이 한국어로 8장, 중국어로 8장 해서 16컷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조∙중 친선이 이렇게 깊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번 아리랑 공연이 4번째인데 조∙중 친선에 대한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8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민간단체 관계자 역시 “작년 아리랑 공연에서는 무용수의 중국어 대사가 없었고 중국어가 무대에 등장하지도 않았다”며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방문이 잦아졌고, 또 북중 관계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난데없이 비료를 소재로 한 장면이 나타나 뭔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비료가 북한이 중국에서 많이 수입하는 물품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예년에도 아리랑 공연 중에 북중 친선관계가 일부 등장한 적은 있지만, 올해처럼 중국어가 무대에 나타나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소식에 밝은 중국의 한 소식통은 “카드섹션에 중국어로 조∙중 친선에 대한 문구를 넣은 것이 기댈 데가 중국밖에 없는 북한이 중국에 아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올해로 7회째 열린 아리랑 공연은 8월1일에 시작해 이달 10일 막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9월9일에 끝나기로 한 공연은 16일로 연장됐다가 재연장돼 10월10일 막을 내렸다고 중국의 고려여행사는 홈페이지에 밝혔습니다.
북한이 아리랑 공연 기간을 연장한 것은 2008년 이래 4년 연속이며, 매년 연장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연 연장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올해 아리랑 공연 입장료는 많게는 300유로에서 적게는 80유로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