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훈련" 아리랑 참가 기피 학생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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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의 우상화와 집단주의를 찬양하는 북한의 아리랑 공연이 2일부터 시작됐지만 요즘 공연의 참가나 관람을 꺼리는 주민이 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강제동원과 사상비판 등 인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20대 탈북자 김선영(가명) 씨의 중학교 학급 친구는 집단체조 공연에서 카드섹션의 배경 그림을 담당했습니다.

이 친구는 오랜 기간 연습에 전념했고 많은 사람이 모인 경기장에서 실제 공연에 나섰는데 이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시에 따라 카드의 색깔을 바꾸는 과정에서 얼굴색을 검은색으로 잘못 넘긴 겁니다. 순간 고 김일성 국가주석의 얼굴에 검은색 점이 생겼습니다. 이 학생은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공연 이후 고 김 주석의 얼굴에 점을 만들어 버린 학생과 학생의 부모는 한동안 사상비판에 시달리게 됐다고 탈북자 김 씨는 전했습니다. 학생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직장과 마을에서 한 달이 넘도록 매일 '자녀에게 정치적 사상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라는 죄목으로 사상비판을 받아야 했고 학생 당사자도 학교의 생활총화 시간마다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비판해야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열악한 환경 아래 아리랑 공연의 연습으로 자신의 자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부모들이 텔레비전이나 음식 등 선물을 안 받을지언정 아예 집단 체조에 참가하는 것을 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평양 출신의 탈북자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사상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이 탈북자는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집단체조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혹독한 훈련과 인권 유린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지적에도 북한은 올해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개막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은 아리랑 공연이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원치 않는 강제관람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평양 출신 탈북자 박영희(가명) 씨도 때마다 조직별 사업장이나 기업소 또는 개인에게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도록 지시한다면서 불참할 경우 '왜 참가하지 않았느냐?'며 생활총화 때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리랑 공연 때는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평양의 5.1경기장을 가득 채울 수 없고 소수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공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억지 관람을 시킨다는 설명입니다.

박영희 씨:

피곤한 일이죠. 힘없는 사람에게 본 것 자꾸 보라고 하고...개인은 직접 돈을 내고 봐야 하는데, 생활은 쪼들려 가는데 거기서 그것 본다고 달라집니까? 참가하지 않으면 생활 총화 때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제는 속지 않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보는 거죠.

북한의 체제 선전과 외화벌이용으로 연인원 10만 명이 동원되는 아리랑 공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으로 세계 최고 기록만을 다루는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 연합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대표는 아리랑 공연에 관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어린 학생들이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uzzane Scholte:

어린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아리랑 공연에서 대형카드를 들고 집단체조를 하는 모습은 비극입니다. 북한 정권에 의해 세뇌돼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여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힘든 상황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일 아리랑 공연이 평양 5.1경기장에서 개막됐다고 보도했으며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내각 간부들, 평양 내 근로자들이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아리랑 공연은 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