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암스트롱 교수 "경제개혁 속단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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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이자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 RFA PHOTO/ 정보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이자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 RFA PHOTO/ 정보라

앵커 : 대학 교수,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전세계 북한 전문가 20여 명이 최근 북한을 방문해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를 정보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문: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6월30일부터 7월7일까지 8일 간 평양과 함흥, 원산, 개성 등을 다녀오셨지요?

답: 학술적 차원의 방문이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일하는 대학 교수, 연구원, 그리고 전문 연구기관(싱크 탱크)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 방문이었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한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는데다, 현 정세에 밝고 북한 이슈에 정통한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비록 관광객 신분으로 방문을 한 것이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런 관광은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문: 일주일 간 무엇을 보셨습니까?

답: 작년 여름, 6월에도 북한을 방문했으니까 1년 만의 방문인데요. 그새 평양은 참 많이 변해 있더군요. 새로운 아파트 건물, 동상이 세워지는 등 건축이 활발했구요. 특별히 김정은이 새 지도자로 부상한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문: 평양 이외 지역은 어떠한가요?

답: 평양 이외 지역의 상황은 여전히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교외 지역은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희 같은 외국인에게 기아나 양양실조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모습이 공개되지는 않기에 이런 상황을 목격한 것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인 상황이 상당히 나빴던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평양과 이 외 지역 간의 빈부 격차가 예년에 비해 더욱 벌어졌다는 겁니다. 언제나 그래왔다고 할 수 있지만 올해는 그 격차가 극명했습니다. 주민들의 잘 사는 모습과 사치품, 수많은 자동차가 평양에 밀집했다면, 심지어 북한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는 함흥만 해도 상황이 아주 열악했습니다.

문: 교수님 일행의 방문 시기가 북한에서는 이모작 작물을 수확하는 시기인데요. 최근 북한에서는 가뭄이 심각하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농사 작황을 보셨습니까?

답: 때마침 저희들의 방북 시기가 쌀 수확기였는데 저희들이 보기에 농작물의 상태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가뭄이 심각하다고 외부 세계에 알렸지만, 가뭄 상황 같지는 않았습니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한 지역이 일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작황이 좋았습니다.

문: 북한의 대학가도 방문하셨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방문 기간 평양 주재 한 외교관을 만났는데 모든 대학이 2011-2012년 한 해 동안 수업을 중단했다고 하더군요. 지난 4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위해 건설 현장에 학생들을 동원하기 위해서라고요. 저희들의 관광을 안내한 북한측 관계자가 이 사실을 확인해 주지는 않았습니다만, 김책공대나 김일성종합대학 그리고 평양 외곽에 있는 몇몇 학교들을 방문했지만 대학가가 활발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예외로 수업과 교내 활동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물론, 외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랬지만요.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북한의 대학가를 방문해서 둘러볼 수 있는 시설이라곤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뭐가 사실인지는 단정하기 힘듭니다.

문: 최근 여기저기서 북한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혹시 장마당을 둘러 볼 기회가 있으셨나요?

답: 외국인 거주자는 가능하지만, 관광객은 장마당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비록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 봤을 때 시장이 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밖에 야채나 음료수 등 간단한 식료품을 파는 상점이나 가게는 흔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북한에서는 시장 경제가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형성된 것이죠. 그러나 위에서 아래로의 개혁 조짐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이 경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답: 북한 경제가 예년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본질적인 경제 개혁 즉 핵심층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그런 개혁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개방해 오지 않은 경제 정책을 개방하는 데 대해 북한 당국은 여전히 망설이는 눈치입니다. 새 정권이 집권한 이래 경제 개방을 향해 그 동안 고수해 오던 정책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렇다고 단정짓기 이릅니다.

문: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개방이나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개혁, 개방의 신호로 받아들이려는 일부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최근 미키마우스의 등장과 지난 몇 년간 KFC의 북한 입점을 두고 대화가 오가는 정황 등이 북한의 개방화에 대한 신호로 비춰지지만, 이를 개혁의 시도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정책상의 어떤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개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개방되는 듯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통제가 더욱 심화되는 혼합된 양상(mixed signal)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올해 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미국, 한국과 풀리려던 관계가 더욱 닫히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더욱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있는 미국과 한국에서는 현재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어떠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지난 2월29일 미국과의 합의사항이 깨졌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대화 재개를 위한 절박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문: 북한이 외부 세계와 고립될 수록 중국과의 관계는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답: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면 북한이 더욱 개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방법이라면 교역량을 늘리고, 경제 제재를 줄이는 것이 있겠지요. 왜냐면 중국의 대북 투자가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에 외부 세계의 대북제재가 사실상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과 교역할수록 북한의 대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북-중 간 교역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지금까지 뉴욕 컬럼비아대학 찰스 암스트롱 교수와의 단독 회견을 전해드렸습니다. 회견에 정보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