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돈 펑펑 쓰는 예술축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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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올해도 김일성주석 생일을 맞아 외국에서 예술인들을 초청해 '4월의 봄친선예술축전'을 벌여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외화를 들여 예술인들을 초청한다는 사실을 평양의 대부분 주민들이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수도와 지방의 반응은 어떤지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 생일 4.15를 맞아 북한이 11일부터 17일까지 제29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진행한다고 해외 동영상 사이트 Youtube를 통해 열띤 홍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동영상 녹취: 1982년 4월 평양에서 첫 막을 올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3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 축전에 150여 개국에서 온 1천700여개 예술단체와 1만 5천명의 예술인들이 참여했다면서 이미 '행성의 예술 올림픽'이 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평양 주민들은 막대한 자금이 지출되는 4월의 봄친선예술축전의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체류 중인 한 평양 주민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에 4월 축전이 또 열린다고 하자, 주민들은 허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면서 "김씨 3대째 진행되고 있는 축전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평양 주민은 "이젠 평양 사람들도 외국 출연자들을 돈 주고 데려온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면서 "외무성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중국 연변가수 최경호가 축전에 참가해 북한 노래 '소쩍새'를 불렀을 때 만사람(다수의 사람)이 감탄했는데, '저 가수를 데려오는 데 미화 수만 달러를 썼다'는 소문이 돌자, 외국인이 자발적으로 참가한다는 당국의 선전이 거짓임을 단번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접한 평양 시민들이 비록 내놓고 분노를 표출하진 못하지만, 공연수준이 한심한 외국 예술단이 출연하면, "돈 값도 못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 주민은 "최경호와 같은 유명 가수를 초청하기 위해선 최소 1만 달러를 줘야 한다는 말은 이미 평양의 상류층 사이에서는 비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도 축전 참가자들에게 쾌적하고 아늑한 호텔 등 편의시설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방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외국인들이 축전에 자발적으로 참가한다는 당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 전 미국 동부에 정착해 사는 한 지방 예술단체 출신의 탈북여성은 "지방 주민들은 아직도 외국인들이 수령님을 흠모해서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고 말합니다.

탈북 여성 : 우리 당과 수령이 위대해서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가 되어 외국인들이 밀려오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북한을)나와서 들어보니까 그게 뻥이고, 자기네(당국)끼리 다 해먹는 것인데, 우리 백성들은 뭘 알아요? 그게 다 비밀이지요.

이 여성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김일성)의 후광을 업고 집권한 만큼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 빈곤한 나라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4월의 정치 축전을 계속 벌여야 하는 상황(딜레마)에 처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