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남북 양측은 구체적 현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접촉은 결렬됐습니다. 양측은 차기 일정도 잡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의 이른바 ‘평화 공세’는 아시안게임 참여를 위한 실무접촉에서도 이어졌습니다. 1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선수단과 응원단을 각각 350명씩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수단 350명은 북측이 지난달 10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 통보한 15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이며, 실제로 참가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응원단 350명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측이 이른바 ‘미녀 응원단’을 보낸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강승규 고려대 교수: (선수단과 응원단) 인원을 그렇게 많이 보내겠다는 걸 보면 북한은 지금 자신들의 공화국 선언에 의해 평화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북측은 최근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하면서도 대남 ‘특별 제안’이나 ‘공화국 정부 성명’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판문점 접촉에서 북측은 선수단과 응원단의 남한 체류 비용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요구는 하지 않으면서도 ‘제반 편의 제공’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측은 국제 관례와 대회 관련 규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본 입장을 설명하며 필요한 사항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인 설명과 확인을 요구했다고 남한 정부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이런 남측의 태도를 “회담 파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협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으며, 차기 접촉 날짜도 잡지 못했습니다. 남측 관계자는 “앞으로 북측과의 추가 접촉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체류비 지원 문제와 관련, “대회 규정에 따라 하겠다는 게 현재 입장”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과거와)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처럼 대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그리고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때는 남한 정부가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을 댔습니다.
북측은 이날 판문점 접촉에서 선수단은 고려항공 항공기를 이용해 서해 직항로로, 응원단은 개성을 거치는 경의선 육로로 남측에 보내는 한편 만경봉호를 인천항으로 보내 응원단 숙소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접촉에서 남측은 권경상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 3명이, 북측에서는 손광호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겸 서기장 등 3명이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남북이 체육 분야의 회담을 한 것은 베이징 올림픽 남북 응원단 구성과 관련해 지난 2008년 2월에 제2차 실무접촉을 가진 이후 6년 5개월여 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