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북한 선수단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전담 조직까지 구성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남북관계의 미묘한 상황을 감안해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인천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북한은 특별한 팀입니다. 보통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수단을 관리하고 안내해주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이 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신변보호라는 차원에서입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북한 선수단을 위해 차량도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조직위는 전용버스 10여 대 말고도 10명 안팎이 탈 수 있는 소형버스(승합차)도 여러 대 배치해 놨습니다.
또 경기장이나 선수촌에서도 북한 선수단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선수촌 배정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현재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단지 중앙에 위치한 107동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07동은 식당도 가깝고, 선수촌 밖으로 나갈 때도 바로 옆 서문을 이용해 신속히 나갈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는 게 선수촌 수송센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회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숙소 배정 단계에서부터 보안은 물론 외교적인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107동 전체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 선수단과 나눠 쓰고 있습니다. 이 또한 두 나라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선수촌에서 일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북측 선수단에 대한 편의와 배려는 동포애적 차원도 있지만, 사실은 북측 선수단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과거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때 갖가지 명목으로 편의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이라 웬만하면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대회 기간 내내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서 불만을 자주 제기했습니다.
부산 대회 때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이선명 씨는 “북측이 말도 안 되는 생떼를 부려 대회 관계자들이 적잖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정말 조용하고 얌전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선수단 스스로 대회 조직위원회에 불만 표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 한 시민이 선수촌에 난입해 북한 선수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선수단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