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북한 영화 '월미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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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천안함 침몰에 북한의 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호주의 시드니 대학에서 오는 19일 천안함 사고 발생시에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떠올렸다고 알려진 한국전 관련 북한 영화 '월미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열릴 예정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호주의 시드니 대학에서는 한국전 발발 60주년을 맞아 시드니 지역의 학자와 학생들을 위해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한국, 미국, 북한의 영화를 통해 한국 전쟁을 재조명하기 위해 5월 12일 시작된 이 행사는 6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이 대학의 레오니드 페트로프 박사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페트로프 박사: 정전협정은 남북한의 적대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지역 학자와 학생들이 모여 한국, 미국, 북한의 영화에 한국전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토론하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행사를 계획했습니다.

페트로프 박사는 5월 19일 행사에서는 한국 전쟁을 주제로 한 대표적 북한영화인 '월미도'에 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대북방송 매체는 천안함 침몰 사건 소식을 접한 탈북자 중 상당수가 북한군의 기뢰공격을 묘사한 이 영화 장면을 떠올렸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분수령이 된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월미도'는 미군 함대의 공격에 대항해 월미도를 사수하려던 북한 인민군의 기뢰병이 기뢰를 뗏목에 싣고 가 미국 함대를 폭발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결사적으로 싸워 3일 동안이나 적의 상륙을 막아냈다"는 교시를 직접 영화에 삽입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미군이 인천 상륙 2시간 만에 월미도를 장악하고 함대를 잃지도 않았습니다.

페트로프 박사는 5월 12일 첫 행사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을 통해 이런 비극적인 내전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에 관해 토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60여 명에 이르는 시드니 지역 학자와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시드니 대학의 학생은 페트로프 박사에게 영화 '태백산맥'에 나타난 한국전이라는 동족 간의 처참한 전쟁이 자신의 부모님께서 직접 겪으셨던 이탈리아의 내전을 떠올리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영화를 소개하는 5월 19일 행사에는 쌍동이 자매가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남북한으로 갈라진다는 내용의 '금희와 은희의 운명'이 상영됩니다. 페트로프 박사는 이 영화는 북한의 삶은 행복하고 남한의 생활은 처참하게 묘사하지만, 남한의 이산가족이 북한에서 참담하고 궁핍하게 사는 가족을 걱정하는 현실과 정반대라고 지적했습니다. 페트로프 박사는 또 북한영화에서는 한국전쟁이 지도자를 영웅화하고 칭송하는 소재로 쓰인다고 주장했습니다.

26일에는 한국의 첩보 영화 '쉬리'에 대한 토론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상영이 있고, 6월 2일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냉전시대 영화인 'The Manchurian Candidate' 즉 '만주인 후보'의 상영과 'The Pork-chop Hill' 즉 '폭 찹 힐'에 대한 비평과 분석이 있을 계획입니다. '폭 찹 힐'이란 1953년 한국전 휴전을 몇 달 앞두고 유리한 협상을 위해 한국, 미국, 중국군이 격렬하게 싸웠던 중부전선의 고지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