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체사상 약화…김정일 배지만 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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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배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온 오스트리아의 북한 전문가가 김정일 동상, 김정일 배지(사진) 등의 사용에서 뚜렷한 변화를 확인했다며 이는 북한 내 주체사상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일성 주석 생일 100회를 맞아 북한의 평양과 개성, 남포, 평성 등을 두루 방문하고 온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박사는 24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내 김정일 동상과 김정일 배지 등의 변화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북한에서 주체사상이 약해져 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특히 예전에는 김일성 배지만 달았던 반면 지난해 말 김정일과 김일성이 함께 있는 배지를 달기 시작했고, 이번 방문에서는 김정일만 들어간 배지만 단 경우까지 보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번 여행에서 김일성 배지만 단 경우, 김일성과 김정일 두 명이 함께 그려진 배지를 한 경우, 그리고 김일성, 김정일 배지 두 개를 나란히 단 경우, 그리고 김정일 배지 만을 달고 있는 경우 4가지 형태를 다 목격했고, 언제 누가 어떠한 종류의 배지를 다는지에 관해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듯 했다며 “주체 사상의 혼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과 수령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김일성배지를 특별히 수여하고 이를 영광으로 알고 달곤 했던 관행이 없어지고 이제 배지 자체에 대한 의미도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프랑크: 김정일과 김일성이 둘 다 들어간 배지도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는 김정일만이 들어간 배지를 단 것을 보고 이제 ‘김일성주의’ 로 불리던 유일한 지도자를 그리는 사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는 또 평양에서 개성까지 어떤 지역이든, 그리고 특히 고위급 계층으로부터 그리 높지 않은 직위를 가진 시민들이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프랑크 교수는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했을 때 김일성 동상 옆에 김정일 동상을 나란히 세워놓은 것을 보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만수대창작사 앞에서 ‘김일성, 김정일 동상’ 을 보고 그 동안 군부대 등에 김정일 동상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대중이 갈 수 있는 장소에 김일성과 김정일이 나란히 있는 동상은 올해 들어 처음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