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금융체제 활용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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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경제건설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제금융체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국제금융체제에 대해 원색적 비난이 아니라 객관적인 설명 위주의 태도를 보여 주목됩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경제강국건설용 자금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며 국제금융기구 등을 통한 국제대부활동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됩니다.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발행하는 경제 전문 학술 계간지로 북한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해온 ‘경제연구’ 최신호(2012년 2호)는 ‘국제대부와 그 형태’ 제목의 논문을 통해 국제대부의 정의와 특성, 최근 경향, 종류, 대부 절차 등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논문은 국제대부를 “외화가 현실적으로 부족한 경우 국적이 서로 다른 정부, 기관, 단체, 회사로부터 외화를 일정한 기간 대부받아 이용하는 경제관계”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은행이 일정한 절차를 통해 부족한 대부금을 국제금융시장에서 판매, 유통이 가능한 증권으로 전환시킨 대부의 증권화가 발전하고 있다”며 이를 “혁신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대부의 형태와 관련해서는 정부대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통한 국제금융기구대부, 국제상업은행대부 등으로 구분된다며 각각의 특징과 대부 절차를 자세히 나열했습니다.

과거 경제연구에 실린 비슷한 주제의 논문이 미국 등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창용 교수는 최근 들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와 국제신용거래에 관해 비판 대신 객관적 설명을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설명했습니다.

최창용 교수 : 최근에 경제연구에 실리는 국제금융기구 또는 무역과 관련한 논문의 특징은 많은 부분을 비판에 할애하기보다는, 과거의 논문들은 시종일관 그런 국제금융기구의 행태라든가 역할 등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게 주 목적이었는 데, 최근에 경제연구에 실리는 유사한 논문들의 특징은 전체 내용의 80~90%를 매우 객관적으로 그 기구라든가 운영방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북한 당국이 경제개발을 위해선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자금을 빌려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소위 북한 내 ‘경제일꾼’ 사이에 학습시키고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최창용 교수 : 국제대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거고 그래서 매우 자세하게 몇 쪽에 걸쳐서 절차라든가 종류에 대해서 매우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거죠. 보다 본질적인 의도는 이런 내용에 대한 소위 말하는 '경제일꾼'들 끼리의 지식공유 측면, 학습의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할 이유가 없는 거죠.

실제 논문은 국제대부에 관해 5쪽에 걸쳐 상세히 설명하면서 “불평등한 국제경제질서를 담고 있다”거나 “제국주의자들의 음흉한 속심이 깔려 있다”는 등 원색적 비난은 단 두 문장에 그쳤습니다.

비판이 목적이 아니라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교육 목적의 논문이 북한의 대표적 경제 관련 학술지인 경제연구에 등장한 점은 시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새 경제체제 도입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논문은 이를 반영하듯 북한이 “자본주의 시장을 대상으로 대외경제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국제대부형태를 옳게 파악하고 국제대부활동을 능란하게 벌여 경제강국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