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동화장실에 ‘변소세’가 등장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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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관리시스템이 붕괴된 북한의 도시들에서 공동화장실(변소) 출입에 돈을 받는 곳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공동변소(화장실)에서 돈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북한 주민들속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주요도시의 공동화장실에 지난여름부터 ‘변소세’라는 것이 등장해 주민들과 여행객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당 조직비서가 해임된 사유중의 하나가 ‘변소세’ 도입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동사무소와 시 보안서(경찰)에서 ‘변소세’를 거두는 기관, 기업소와 인민반들을 단속하고 벌금을 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변소세’란 ‘공동변소’를 가지고 있는 기업소나 인민반들에서 해당 기관이나 인민반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변소를 이용할 경우 일정한 사용료를 받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변소세’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변방도시들에서 개인들이 화장실을 지어놓고 사용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방식을 본떠 북한에 도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변소세’가 처음 도입된 지역은 평안북도 신의주시이며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지난해 가을, 성후동과 탑성동의 옛 장마당 주변에 위치한 인민반 들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변소세’를 도입하게 된 원인은 북한 당국이 공동변소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아 주변 인민반들에서 넘쳐나는 오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로 옆에 공동변소를 가지고 있는 인민반들의 경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이용이 많다보니 인민반세대별로 돈을 거둬 오물처리작업을 할 때마다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변소세’를 도입하면서부터 다달이 주민들이 내야하는 비용도 줄어들었고 공동변소의 청결상태도 유지할 수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컸다는 것 입니다.

급기야는 혜산장마당과 혜산역전을 비롯해 공공장소들에 세워진 변소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소들까지 줄줄이 이러한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변소세’ 징수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는 얘깁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공동변소들마다 관리원이 있는데 혜산역전 변소를 한번 이용하려면 2원을 내야하고 혜산세관 옆에 있는 공동변소를 이용하려면 5원을 내야 한다”며 “하지만 ‘폭풍군단’의 검열이 들어오면서 이러한 ‘변소세’ 거두는 일을 급히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폭풍군단 검열에서 ‘변소세’에 대한 일반주민들의 반발이 문제가 되자 북한 당국은 이를 썩어빠진 자본주의 세계의 ‘세외부담제도’라고 설명하면서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변소세’ 도입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시당 조직비서까지 해임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발언입니다.

소식통들은 “일단 ‘변소세’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해당 인민반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일시적인 폐지일 뿐”이라며 “혜산역전의 경우 ‘변소세’를 금지시키자 수리보수를 구실로 한 달 동안이나 공동변소를 폐쇄해버려 열차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