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북한 벌목공의 처참한 상황을 생생히 전하면서 북한 당국과 영국계 기업 간 '거래'의 도덕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공영
은 지난 26일 방송한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지역의 북한 벌목공에 관한 현장 탐사보도를 통해 열악한 작업환경에 임금 착취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노동자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러시아의 벌목소에서 노역 중인 북한인’이란 제목의 방송은 “러시아 시베리아의 아무르 주 산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벌목소에서 1,500명에 이르는 북한 노동자가 벌목공으로 일하고 있다”며 그 중 한 곳을 직접 찾았습니다.
고 김일성 북한 주석을 찬양하는 대형 기념물이 입구에 버티고 선 아무르 산간 지역의 한 벌목소. ‘김일성 주체 연구실’이라는 이름의 대형 건물을 지나 숲 깊숙이 차를 몰고 들어가자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인 데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한 무리의 북한 벌목공이 나타납니다.
벌목장 근처에 세워둔 바퀴가 달린 이동식 숙소에서 어렵사리 이뤄진 인터뷰에서 북한 벌목공 중 한 명은 “월 평균 미화 약 200 달러 정도를 번다”고 얘기했지만 다른 한 명은 “지난 5월 이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의 러시아인 벌목 사업자는 북한 벌목공의 노동강도가 엄청나다며 “그들은 일년에 딱 이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제외하곤 매일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업자는 “정부와 공산당을 위해 일하는 북한 벌목공이 정해진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도원부터 노동자까지 모두 처벌을 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방송은 “한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서 많은 북한 벌목공이 작업중에 다치거나 죽어 나간다”며 “이를 견디나 못해 지난 20여 년간 수천 명이 벌목소를 탈출해 러시아에서 숨어 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북한 벌목공이 목숨까지 걸어야 할 만큼 열악한 작업환경 뿐 아니라 평양으로부터 임금도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북한 정부는 벌목 수익의 35%를 챙기는 방식으로 매년 러시아에서 연간 미화 7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방송은 특히 시베리아 지역 최대 규모의 벌목회사인 러시아 목재 그룹(Russian Timber Group)이 2004년 러시아 측과 합작으로 영국인 사업가에 의해 설립된 뒤 현재 북한 벌목공 1천400명을 고용 중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영국 런던의 버킹엄 궁 인근의 러시아 목재 그룹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 회사 대표는 북한 벌목공의 복지를 직접 관장하느냐는 질문에 “북한 근로자를 공급하는 업체에 러시아의 근로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감사도 한다”고만 답했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어 “북한 벌목공이 얼마의 임금을 받는지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방송은 “북한 벌목공이 30년 전 러시아에 첫 발을 내딛을 당시 러시아도 공산주의 체제였지만 역설적으로 현재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도입한 반면 북한만 공산주의를 고수 중”이라며 “이런 비정상적인 협력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 분명치 않다”며 총 17분 분량의 방송을 끝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