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영국의원이 초당적으로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한국어방송 개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인권단체 유럽북한인권협회(EAHRNK) 마이클 글렌디닝 대표는 28일 영국 의원 10명 중 7명 꼴로 공영 BBC 국제방송 한국어방송 개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렌디닝 대표 : 영국 의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주로 하는 업체(ComRes)의 도움으로 150명의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70퍼센트가 한국어방송 개설을 지지하거나 강력히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23일까지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한국어방송 시작에 찬성한 보수당 의원은 76명 중 49명으로 64퍼센트를 차지했고, 노동당의원은 응답자 54명 중 42명으로 7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영국 제3당인 스코틀랜드 독립당도 응답자 13명 중 7명으로 56퍼센트가 찬성했습니다.
글렌디닝 대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영국 외무부와 외무장관이 적극적으로 한국어방송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BBC국제방송과 영국 의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BBC가 곧 제출할 예정인 구체적 방안을 외무부도 적극 수용하길 바란다는 설명입니다.
영국 외무부는 지난해 11월 외부세계의 공정한 방송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북한 등의 국가에 BBC방송을 신설하기 위해 수 년에 걸친 총 4억 3천 500만 달러의 대규모 예산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글렌디닝 대표는 이 예산의 극히 일부가 한국어방송에 사용될 것이지만 BBC가 대북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개시하는 것은 북한 주민이 보다 다양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외부세계의 정보를 습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렌디닝 대표 : 인권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북방송은 인권에 상당히 치중돼 있습니다. 그러나 BBC방송은 정치나 인권에 치중하지 않고 예능, 교육, 뉴스 등 다각도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보수당의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은 “BBC방송은 역사적으로 외부 언론과 단절된 국가의 국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정확한 시각을 전해주고 이들이 변화에 대한 압력을 가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BBC 한국어 방송이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박지현 유럽북한인권협회 간사는 최근에는 ‘배고픔’이 아니라 외부세계의 방송을 듣고 북한을 떠나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달리 외부세계의 소식이 궁금해 한국 혹은 미국의 대북 한국어방송을 많이 듣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 간사는 BBC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가 한국어만 나오면 무조건 청취했다고 답한 북한에서 군복무를 했던 한 탈북자의 말도 전했습니다. 또한 군인 10명 중 8명꼴로 외국방송을 듣고 있다고 답한 탈북자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