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남북관계 진전없이 생활개선 어려워”

0:00 / 0:00

MC:

김 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신문을 통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운운하며 인민생활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유를 놓고 한국 내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말한 인민생활 개선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쌀밥에 고깃국’으로 요약되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인민생활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북한의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이 지난 9일 보도한 것입니다.

이날 노동신문은 “정치사상과 군사적인 면에서 강국에 올라섰지만, 인민생활에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면서 “김 위원장이 최단 기간 안에 유훈을 관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경제의 실패를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유훈을 운운하며 인민생활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유를 놓고 한국 내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이 크고 특히 인민생활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당분간 국가 재원을 군사분야 보다는 농업과 경공업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로 보입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용환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최용환: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농업과 경공업을 강조했고,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인민생활을 챙기겠다고 얘기한 것은 인민생활 개선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급박한 심정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후계 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인민생활이 올해를 시작으로 2012년 까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경우 김 위원장의 영도 아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이 진두지휘 했다고 선전하면서 그 공을 후계자에 넘길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위원입니다.


홍익표: 우리 옛말에도 곡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북한도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인민생활과 같은 생활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 상황을 놓고 볼 때 북한 주민들이 쌀밥과 고깃국을 먹는 날은 아주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립니다.

핵무기 개발이 자초한 국제제재 등 북한이 처한 내외 여건 어느 것 하나 유리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의 말입니다.

김용현: 북핵 문제의 진전과 남북 관계의 개선 외에는 현실적으로 인민생활을 개선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낙후된 농업 생산성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최악의 흉작으로 올해 식량대란이 다시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장 주민들을 굶기지 않으려면 외국 원조를 받아들이는 길 밖에 없습니다.

연초부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이 나오는 것도 인민생활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최대석 교수입니다.

최대석: (김 위원장이) 분명히 경제 문제를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인데요, 먼저 중국부터 신경을 쓸 겁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북한은 지난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 건설사에 특기할 대변혁의 해로 빛내자”고 하면서 올해 2010년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 4일에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 제끼는 데서 2010년은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인 해”라고 밝혀 어느 해보다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이 주민들의 희생을 다시 한 번 촉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벌인 ‘150일전투’와 ‘100일전투’와 같은 인민을 상대로 한 노력동원이 올해도 열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김 주석의 유훈이 이번에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것처럼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지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