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서 미국 켄터키 주로 유학 온 교환학생과 한국에 사는 그의 고등학교 친구가 미국 서부대륙을 자전거로 종단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전거 여행이 아닌 북한 돕기 기금모금을 위해 3개월간 자전거 횡단을 해 주목을 끌었는데 유지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바닷가인 산타모니카에서 정연진 강병권 두 젊은 대학생이 미국 서부대륙 종단을 시작했습니다. 자전거 두 대에 나눠 실은 갖가지 생활도구, 그리고 그 위에는 태극기도 꽂았습니다.
두 청년은 북한 돕기 기금마련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는 했지만 막상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시작된 종단은 쉽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정비문제도 발생하는 등 계획하지 않았던 지출도 발생하고, 날씨도 오락가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특히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먹는 것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정연진: 여행경비가 다 떨어졌기 때문에 끼니를 (하루에) 한 끼 정도 먹으며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이것도 북한 주민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것이지 않나, 그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미국 서부지역 자전거 종단은 샌프란시스코를 반환점으로 해 지난 8월 6일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면서 3개월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강병권씨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자전거 종단 때 비상상황에서 발생한 지출로 여비가 떨어진 정연진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카고까지 기차로, 그리고 시카고에서 켄터키주 머레이의 주거지까지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켄터키주 머레이까지 또 10일이 걸려 이동했습니다. 꼬박 3개월이 소요된 것입니다.
미국에 1년 단기 교환학생으로 온 정연진씨가 북한 주민 돕기 자전거 종단을 계획한 이유는 학생들과 미국인들의 생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 비판만 하고 정작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연진: 많은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정적인 시선밖에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북한 정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이런 시선을 돌려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연진씨는 미국에서 북한의 주민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단체들도 알아냈고, 한국에서도 자신의 본업과 함께 북한 주민 돕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연진: 자전거로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실태를 알렸는데 나중에라도 (이와 관련해) 큰 파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시작이 됐다면 그것으로도 뿌듯할 것 같습니다.
내년 2월이면 교환학생을 마치고 정연진씨는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영어로 번역해 보다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정연진씨.
지난 약 3개월간의 고된 일정으로 심신이 피로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으며 종단과정에서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많은 도움을 준 길에서 만났던 미국인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하며 환히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