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형상점은 엘리트층 회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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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평양에 대형 상점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소비생활 향상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은 체제 구축에 필수인 핵심 지배층의 충성심 고취와 대외적 선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1일 개업한 평양의 보통강수산물상점 개업식을 전하는 북한 관영 매체는 하나같이 ‘새 세기의 요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인서트, 조선중앙 TV]풍치 수려한 보통강 기슭에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또 하나의 특색있는 인민봉사기지인 보통강수산물상점이 훌륭히 일떠서 개업됐습니다.

앞서 지난 달 초에는 평양 광복거리에 현대화된 대형 상점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이 문을 열었습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더불어 북한에 최신 시설을 갖춘 대형 현대식 상점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소비문화가 북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생활 향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거란 지적입니다. 김정은 세습제체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 탓입니다. KDI, 즉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최창용 교수는 27일 북한 당국이 핵심 계층인 평양 시민들의 충성심 유도에 나섰다면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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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용 교수

] 평양 중심으로 대형 상점이 들어서는 건 소위 엘리트층에 대한 관리 측면, 즉 평양에 거주하는 엘리트층의 소비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그들이 새로운 정권에 충성할 수 있도록 일종의 시혜를 베푸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최 교수는 이를 통해 북한이 대내적으로 평양의 엘리트층에 특권 의식을 심어주고 대외적으로 수도 평양이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선전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북한의 사치품 수입액이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간 크게 늘었다고 유엔 무역 통계를 인용해 보도해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 속에서도 주로 엘리트 계층의 충성심 유도에 사용되는 사치품의 수입은 계속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세습 체제 확립을 노린, 이 같은 핵심 엘리트층 껴안기 전략도 단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최 교수는 평가했습니다.

[

최창용 교수

] 자원의 공급, 유통망, 소비체계 등이 유기적으로 다 연결돼야 하는 데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개혁, 개방을 통한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을 외면한 채 핵심 지지층만 껴안고 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