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뉴질랜드의 한 민간단체가 추진하던 북한 문덕 지역의 희귀 철새 서식지에 관한 연구가 자금난으로 2년 연속 취소됐습니다. 천안함 폭침을 포함한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탓에 뉴질랜드 정부와 단체가 자금 지원을 꺼린 탓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란다 자연 기금의 데이비드 로리(David Lawrie) 대표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문덕 철새보호지구의 생태 환경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약 1만 5천 달러를 모금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리 대표:
지난해에 뉴질랜드 정부에 자금 지원을 신청했는데 천안함 사건 등 한반도의 긴장상황으로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1월 14일 초청장을 받았는데요. 초청 절차 등이 오래 걸려 지원 시기가 늦어졌습니다. 게다가 뉴질랜드 정부나 단체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도 않아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이 단체가 뉴질랜드를 떠나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붉은가슴도요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들의 경유지인 문덕과 그 주변의 철새 서식 환경을 북한측과 공동으로 연구하려던 계획이 2년째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북한의 청천강 하구 문덕 지역의 철새 보호지에 대한 미란다 자연 기금과 북한 조류 전문가의 공동 조사는 2009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2007년 북한을 방문했던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당시 뉴질랜드 외무장관과 북한 당국의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로리 대표는 이 공동조사를 통해 문덕 지역이 뉴질랜드를 떠나 알래스카 지역으로 이동하는 약 150여 종의 철새가 4주에서 6주간 머무르는 중요한 서식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는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철새의 이동 경로, 서식환경, 그리고 생태 연구를 위한 외부 전문가들의 접근이 불가능 했습니다.
로리 대표는 따라서 이 지역이 개발되더라도 철새들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리 대표:
첫 조사를 통해 이동 경로 등을 파악했죠. 문덕 주변 지역까지 조사 지역을 넓혀 철새 보호에 필요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년에는 공동 조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올해말에 자금 지원을 다시 신청할 겁니다.
로리 대표는 한반도의 정치적 긴장과 북한의 복잡한 초청 과정 때문에 어렵게 시작된 북한내 철새 서식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첫 공동 조사 이후 북한이 철새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제 회의에도 참가하는 등 철새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올해말 다시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