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이후, 반미 군사대결을 강조하던 북한 선전매체의 반미 선전 기사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올해 휴전 협정일인 지난 7월 27일을 맞아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제국주의와의 대결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선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특히 지난 7월 23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횡설수설하기 좋아하는 여자', '부양 받아야 할 할머니'라고 조롱하던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싣던 노동신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 매체의 이런 움직임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직후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반미 구호는 줄어들었지만 미국이나 기타 나라들에 대한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노동신문은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ㆍ공포'라는 글에서 "다른 나라들의 사회제도를 뒤집어엎기 위한 제국주의자들의 와해책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도 빈도가 적어지거나 그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지난 7월 31일에 '미디어법'을 둘러싼 한국 정치권의 입법처리 과정을 비난했지만, 오히려 8일자 신문에는 "북남관계를 개선해야 민족적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을 실현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북한 매체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 전문가들은 대미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이 강경 이미지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숩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지금 국면으로는 금년 전반기에 북한이 보여주었던 도발적인 이미지, 공격적인 이미지를 완화하고 국제사회에 좀 더 접근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한, 선전 매체의 흐름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입니다.
“비난을 줄이고 대화에 나선다고 해서, 억류된 사람들을 석방시켜주면서 저렇게 웃다가도 언제 또 강경책으로 돌아설지 몰라요. 저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 표피적으로 전술적인 제스처를 쓴다고 봅니다.”
북한이 핵폐기를 비롯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돌발적인 위기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의 지도를 받는 선전매체의 움직임만 가지고 현재 상황을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