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대화∙ 방북 북한 주민에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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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북한 전문가는 10일 고위급 대화나 방북은 북한체제에 대한 정당성만 부여한다면서, 북한 주민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이 사회개혁을 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발간된 책 ‘숨겨진 북한사람들’(The Hidden People of North Korea)의 공동 저자인 미국국방 연구소의 오공단 책임연구원과 랠프 해시그 메릴랜드 대 심리학 객원교수가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이기도 한 오공단 박사는 북한주민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7년 동안 이 책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오 박사: 랄프 박사와 제가 지난 7년 동안 이 책을 준비하면서 북한 사람들이 자유와 행복을 찾는 길을 열어 주려고 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독재 정권 시절에 자랐지만, 한국 사람들은 독재 군사 정권에 저항했고 아름다운 민주국가를 이루었습니다. 북한과 한국은 같은 유전자를 가진 동족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정보와 도구를 준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책은 수많은 탈북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사람의 사고와 이념, 지도자의 생활, 경제 제도, 정보 환경 등의 주제로 300여 쪽에 이릅니다. 두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로 굶주림을 포함한 생활고와 인권탄압의 고통을 받는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행복을 찾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해시그 박사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과 같은 고위층 접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나라의 핵심으로 사상교육을 받아온 주민들에게 김정일 체제의 정당성만 공고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시그 박사는 또 그가 2000년에도 미국 정부에 제안했듯이, 체제 선전만 하는 북한 정부를 거치지 않고 “주민에게 직접,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시그 박사: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은 어렵지만,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위급에서 접촉하면 북한 정권에 정당성만 줄 뿐입니다. 그러면 주민들이 “대통령이나 장관이 오는 것을 보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 잘하고 있나보다. 그렇지 않으면 저 사람들이 안올텐데…”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한편, 오공단 박사는 강연회가 끝나고 자유아시아방송에 그녀가 취재한 탈북자가 중국 근처 변방에서 자유아시아방송을 듣고 감명을 받아 가족들에게도 이런 방송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전했습니다. 그녀는 북한 외부의 소식은 물론 내부의 정보도 제한된 북한 주민에게 객관적이고 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 그들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언론의 역할을 계속해 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 박사: 중요한 것은 자유아시아방송 같은 매체가 외국이나 세계의 정세를 정확하게 알림으로써 북한에서 정보에 접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어 그들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동 저자인 해시그 박사는 돈과 사탕 등을 매단 풍선을 띄우는 등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북한의 정책에 관여하는 100여 명의 사회 지도층과 평범한 북한 주민을 연결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북한 사회의 중심역할을 하는 지도층은 북한 내부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으나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해시그 박사는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고 철저히 통제해 북한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주민들은 힘든 생활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급격한 혁명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의 변화는 서서히 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주변 관련국들도 북한 정권의 급격한 몰락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해시그 박사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