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1호 종합병원 뇌물수수 심각

앵커: 10년간의 장기 군사복무와 영양실조 문제로 권태감을 느끼고 있는 북한군인들이 감정제대나 영예군인으로 빨리 제대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인들의 신체검사를 맡은 인민군 11호 병원 의사들의 비리가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11호 병원.

인민무력부 산하 전체 부대 중환자들을 치료해주고, 정신건강, 특수질병 환자에 대한 신체검사까지 담당한 북한군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입니다.

한국의 국군수도병원격인 이 병원이 후방가족 부모들 속에서 전격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한 북한 주민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연락에서 "만기복무와 극심한 영양실조 때문에 싫증을 느낀 부모들이 하루 빨리 자녀를 제대시키기 위해 11호 병원 의사들과 사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그곳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북한 주민은 "어떤 부모들은 11호 병원 측에 뇌물을 주고, 성성한 아들을 '척추디스크 장애자'나 '시력 장애자'로 진단받게 한 다음 제대시키는 등 군대에서 뇌물수수 행위가 심각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부모들은 우선 약 6개월간 자녀들을 11호 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영예군인증'을 받게 한 다음 군에서 제대시킨다는 것입니다.

북한 군인들이 영예군인증을 노리는 데는 여러 가지 혜택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영예군인이 되면 대학추천도 우선적으로 받고, 군대에서 제대되면 곧바로 고향에 갈 수 있습니다.

또 영예군인이 되면 제대된 뒤에도 사회에 나가 6시간제 경노동 대상자로 될 수 있고, 농촌지원이나, 사회동원에도 빠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부모들은 11호 병원에 접근해 힘이 있는 병원 간부와 사업해 자녀를 빼내기 위한 작전을 편다는 게 이 주민의 설명입니다.

11호 병원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평양출신의 한 탈북자는 "11호 병원 신체검사 담당 의사는 감정서를 하나 만들어주는데 보통 미화 200달러를 받는다"면서 "그의 집은 얼마나 잘 사는지 아파트 출입문도 외국제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군의관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도 일명 '만 달러 아파트'로, 11호 병원과 김형직 군의대학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어려운 식량난 시기에도 11호 병원과 군의대학은 합동으로 이 아파트를 지어 의사들에게 공급했습니다.

이 평양 탈북자는 "11호 병원이 무슨 힘이 있어 큰 아파트를 자체로 지었겠는가"면서 "이런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군 11호 병원이 육해공군을 상대하는 종합병원인데다, 영예군인 자격을 노리는 군인들이 많기 때문에 11호 병원 의사들의 생활도 상위 층이라는 소립니다.

2000년 중반 들어 북한군에서 감정제대자와 영예군인 제대자가 늘어나자, 인민군 11호 종합병원에서는 영예군인 판정 기준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