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만포~지안 국경다리 건설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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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과 중국 양국이 최근 공동 건설키로 합의한 만포~지안 국경다리의 주 교량 시공을 북한 측이 떠맡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의주와 나진에 이어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딘 북한 내륙지역을 북중 경협을 통해 개발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지적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자강도 만포와 중국 지린성 지안 간 국경다리 공동 건설과 관리, 보호에 관한 양국간 협정 조인 사실이 공개된 건 지난 5월10일.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자세한 설명없이 평양에서 박길연 외무성 부상과 류훙차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협정문에 서명한 소식만 짤막하게 전했습니다.

확인 결과,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만포~지안 간 국경다리 건설은 주 교량의 설계와 건설을 북 측이 맡는 등 북한 주도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26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중국어 협정문에 따르면 다리의 주 교량과 북 측 진입교의 설계와 건설을 북한이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중국 측 진입교의 설계와 건설을 맡을 예정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만포~지안 국경다리 공사를 사실상 주도하는 것은 북중 간 관례에 비춰 이례적입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지린성 훈춘과 나진 간 도로 보강 공사 등 북중 경협을 위한 기반시설 공사를 이제껏 주로 중국 측이 주도해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 측이 다리 건설을 더 필요로 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교수: 북한의 만포 주변의 지하자원이랄지 이런 걸 중국쪽으로 원활하게 수송한다는 차원에서의 다리 건설이 아닌가, 그리고 만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상당히 낙후된 곳이기 때문에 그 지역을 중국과 연계 개발하면서 활성화하겠다, 이런 차원으로 볼 수가 있겠고요,….

김 교수는 또 북한이 북중 간 경제협력의 두 축인 신의주와 나진 선봉 지역의 중간 지대로 볼 수 있는 만포를 중국 지안과 연결해 북중 경협의 보조축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중국이 만포~지안 일대 개발에 미온적인 상태에서 내륙지역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는 북한이 국경다리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협정문에 따르면, 국경다리의 최종 설계는 양국이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되며 자국 영토 내 연결 도로와 통관 등 부속 시설은 각자 시공키로 했습니다. 또 시공은 북중 양국이 자체 건설기준과 기술표준에 따라 진행하게 되며, 세부 문제는 측량과 설계 과정에서 서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다리 건설을 맡을 주무부서는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장역량부 도로부와 중국 교통운수부 국제합작사라고 협정서는 명시했습니다. 모두 16개 항으로 된 협정서는 하지만, 다리 건설과 관련해 아직 측량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다리의 길이, 폭 등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생전인 2010년 8월 만포~지안 압록강 철교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늘 이용하던 신의주~단둥 경로 대신 만포를 지나 지안으로 건너간 배경을 두고 북중 간 새로운 내륙 교역로를 개척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 중류 만포와 지안 사이에 위치한 벌등도를 관광지로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