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내년 대북지원 전액 삭감

미국 의회는 행정부가 대북 경제지원을 위해 요청한 1억 달러 규모의 내년 예산을 17일 전액 삭감했습니다. 지난 5월 올해 추경 예산에 이어 대북 지원용 내년 예산이 잇따라 삭감된 점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미국 의회의 반감을 반영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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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의 외교 분야 소위원회는 17일 2010 회계연도 국무부 예산을 의결하면서 대북 경제지원용 예산 9,8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니타 로우이 위원장은 총 규모 488억 달러 규모의 국무부 예산안을 의결하고 나서 내년 국무부 예산에 대북 지원용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로우이 위원장: 북한과 관련해 배정한 예산은 없습니다. 북한이 취한 행동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북 지원은 재개되지 않습니다.

로우이 위원장은 “북한이 태도를 바꿔 6자회담에 복귀하면 그때 가서 대북 지원용 예산 배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국무부는 지난달 중순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총 규모 9,800만 달러의 대북 지원용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당시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개선 등을 위해 이 예산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지원예산(ESF) 항목의 이 예산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폐기에 맞춰 중유를 포함한 에너지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쓰일 예정이었습니다.

로우이 위원장실 관계자는 “의회가 내년 국무부 예산에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예산(NADR)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무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앞으로 하원 세출위원회와 본회의 그리고 상원 심의를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대북 지원 예산이 사실상 전액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감행한 데다 6자회담 불참까지 선언한 데 대한 의회 내 반감이 높아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원 세출위원회 위원인 마크 커크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과 핵실험을 감행한 상황에서 미국이 할 일은 대북 지원이 아니라 중국과 함께 북한에 압력을 가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커크 의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한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할 겁니다. 대북 지원용 예산은 모두 삭감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앞서 지난 5월 초 하원 세출위원회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지원하기 위한 국무부 예산 1억 4,2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당시 세출위원회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6자회담을 거부한 점 등을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편 하원 세출위원회는 다음 주 전체회의에서 산하의 외교 분야 소위원회가 17일 의결한 총 규모 488억 4,300만 달러 규모의 내년(2010 회계연도) 국무부와 외국 지원 관련 예산을 처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