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지원 예산 3억 달러 삭감

북한이 올해 들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대북 지원용으로 의회에 요청한 예산이 또 전액 삭감됐습니다. 올해 들어 삭감된 예산만 총 3억 2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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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지난주 내년 국방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5,200만 달러에 이르는 대북 비핵화 지원용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입수한, 2010 회계연도 국방 수권법안 처리과 관련한 상원 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우선 행정부가 요청한 '지구 위협 감축 구상' 항목 중 대북 지원용 예산 4,0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보고서는 이 예산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불능화하고 폐기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상원 군사위원회는 또 '비확산과 국제 안보' 항목 중 애초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와 폐기를 검증하는 데 쓰일 예정이던 예산 1,200만 달러도 전액 삭감했습니다. 보고서는 예산을 삭감한 이유로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6자회담의 진전으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히 폐기할 수 있다는 큰 희망(great hope)이 있었지만, 불행히도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6자회담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을 내쫓고 그동안 진행된 핵 불능화 작업을 되돌리는가 하면 크루즈와 탄도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는 등 도발 행위를 계속하는 데다 미국인 기자를 억류해 긴장을 더 높이고 있다"며 "북한 관련 예산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앞서 하원 세출위원회도 지난달 행정부의 내년 외교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국무부가 대북 에너지 지원용으로 요청한 예산 9,8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경제지원기금' 항목의 이 예산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폐기에 맞춰 중유를 포함한 에너지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쓰일 예정이었습니다.

이로써 북한이 올해 들어 6자회담을 거부하고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을 감행하면서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대북 지원용으로 의회에 요청했다가 삭감된 내년 예산만 1억 5,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여기다 올해 초 오바마 행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의회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요청했다 전액 삭감당한 예산이 1억 7,650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서만 총 3억 2,650만 달러의 대북 지원 예산이 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당한 셈입니다.

의회 관계자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미국이 할 일은 대북 지원이 아니라 북한에 압력을 가해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는 일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마크 커크 하원 의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한 미국 납세자의 돈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할 겁니다.

한편 상원 군사위원회는 행정부가 대북 지원용 예산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에 복귀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공개하고 이를 영구히 폐기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이 합의는 구속력이 있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