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작가 "북 외교관들, 김정일 전기 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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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버마 주재 북한 외교관 두 명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관한 책 300여 부를 몰수해 갔다고 저자인 버마 유명 전기작가 헤인 랏씨가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버마에서 지난 5월 출간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의 저자인 헤인 랏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수 일전 북한 외교관들이 버마 수도 랑군에 있는 포퓰러 뉴스 저널 건물로 찾아와 자신의 책 300여 부를 값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갔다고 밝혔습니다.

랏 작가:

경찰이 같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영어를 하는 참사관급으로 보이는 북한 대사관 관리와 또 다른 직원이 출판사로 와서 책의 내용이 틀린 부분이 있다면서 가지고 갔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다른 직원이 옆에서 책의 숫자를 센 후 들고 갔는데요. 제가 책을 쓰면서 북한에 대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에 값을 치르지 않고 그냥 서명만 했는데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랏 작가는 이 관리들이 책의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참고한 책 중에는 북한 대사관에서 빌린 서적도 있고, 미국의 유력주간잡지인 뉴스위크 도쿄 지국장인 브래들리 마틴의 책 '아버지 지도자의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서(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와 재스퍼 베커의 ‘불량정권, 김정일과 북한의 위협(Rogue Regime: Kim Jong Il and the Looming Threat of North Korea)’ 등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랏 작가는 자신이 쓴 김 위원장의 전기는 버마 출판검열부의 승인을 거쳤고 버마 당국으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여 년 이상 번역 작가로 활동해 온 랏 작가는 김 위원장의 전기뿐 아니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중국의 덩 샤오핑 즉 등소평 등 세계 유명인사 20여 명의 일대기를 저술했습니다.

한 버마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어떻게 북한 외교관이 다른 나라 영토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2천 여부가 발간된 이 책 중 310부가 몰수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서점에서는 이 책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외교관이 압수해 간 책은 버마 돈으로 120만 짜트(Kyat)이며 공식 환율은 1달러당 6짜트이지만 널리 통용되는 암시장 환율은 1달러당 1,000짜트로 약 1,200달러입니다. 일반 버마 노동자의 하루 평균 수입이 1~2달러 안팎으로 압수된 책의 가치는 수 십개월의 임금에 해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