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중교통 엉망,‘벌이버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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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수도 평양의 대중교통 체계가 열악해 이를 대체하는 벌이버스가 새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벌이 목적으로 생겨난 이 벌이버스의 요금이 높아 일반 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요즘 평양시내에 '벌이버스'라고 하는 신종 교통수단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시내 궤도전차와 무궤도 전차들이 자주 고장나고, 연착되어 사람들이 탈 생각을 안 한다"면서 "어떤 궤도전차는 사람이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다녀 '전기딸따리(전기 손수레)라고 부른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전기 딸따리란 주민들이 석탄이나 짐을 나를 때 쓰는 손수레를 말한다"면서 "평양 동서를 잇는 송신행 궤도전차는 전압이 너무 낮아 웬만한 경사지를 오르지 못해 사람들이 밀어서야 겨우 넘어서 붙인 별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열악한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하기 위해 요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벌이 버스'들이 상당수 등장했다고 이 주민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통 20명 정도 탈 수 있게 개조된 '벌이 버스'들은 평양역전 앞 등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침 시간에 승객들을 태우고 출발하는데, 승차가격은 일반 대중교통보다 열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주민은 "벌이버스들은 휘발유로 운행되기 때문에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면서 "김형직 사범대학 앞에서 대동교까지 가는데 2천원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양시민들이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벌이버스를 타는 이유에 대해 이 주민은 "공장, 기업소에서 한번 지각하면 식량배급 하루 분을 자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대학들에서는 지각한 학생들에게 학급에 할당된 세포등판 풀씨와 마식령 스키장에 낼 장갑, 삽 등을 내라고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벌이버스를 타고 등교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벌이 버스'들은 평양시 여객사업소들에서 기업소 자체 수익을 위해 조직한 것이고, 이와 함께 개인들이 운영하는 '통통이'라는 교통수단도 새로 등장했습니다.

바퀴가 3개짜리 소형차를 개조해 만든 '통통이'는 열악한 북한의 대중교통수단을 대체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외에도 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오토바이들도 새로 가세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무역업자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손을 흔들면 바로 세워준다"면서 "한 정거장 태워 주는데 2천원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보안원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예쁜 대학생이나 여학생들이 손을 흔들면 태워주고 돈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이 무역업자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해 대부분 평양시민들은 걸어 다닌다면서 "직장까지 30~40분 걷는 것은 보통이고, 어떤 사람들은 한 시간 반 가까이 걸어서 출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