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새해 달력 다시 제작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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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북한당국은 이미 만들어 배포까지 완료한 새해 달력을 새로 제작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그 이유를 짚어 보았습니다.

갑작스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미 제작과 배포가 완료된 북한 달력의 내용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해마다 북한에서 발행되는 모든 달력의 첫 장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되는데 내년 달력에도 이 문구는 어김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사람의 건강을 축원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뒤를 이어 북한 권력의 정점으로 추대되고 있는 김정은 당 군사위 부위원장도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지위가 확실시되기 때문에 그의 생일인 1월 8일을 명절로 부각 시켜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 김 위원장의 사망일 12월 17일도 평범한 날로 그대로 둘 수는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일인 7월 8일도 달력 날짜에는 특별한 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7월 달 설명 난에는 ‘주체83(1994).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서거하시였다’라고 명기해 놓은 것을 보면 김 위원장 사망일도 뭔가 기록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2000년 초 탈북 해 남한에 정착한 한 모 씨는 “북한당국이 이런 변화 요인들을 반영하지 않은 내년도 달력을 그대로 주민들에게 사용하게 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새로 달력을 제작하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겠지만 “존엄으로 떠받치고 있는 김씨 일가의 우상화에 관련된 문제는 티끌만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씨는 설명합니다.

또 다른 탈북자 장 모 씨는 “북한에서 제작한 달력 중 표지포함 7장짜리 고급달력은 이미 상당수가 해외에 배포 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내부용은 아직 배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1장에 12개월이 다 인쇄된 일반달력을 통상 12월 말경에 인민반장을 통해서 배포한다”며 “내부용 달력은 배포시점을 늦추더라도 새로 제작한 달력을 배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일반주민들을 위한 달력뿐 아니라 해외 홍보용으로 북한의 명승지나 북한의 인기 배우 또는 역사 유물 등을 담은 표지 포함 7장짜리 고급 달력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98년을 기점으로 종전의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담은 달력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김 위원장의 사망과 그의 3남 김정은의 권력 세습으로 인해 수정 제작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달력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