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의 피터 켄트(Peter Kent) 미주 담당 외무장관은 캐나다 정부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더 많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데 협력하겠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날 캐나다 토론토의 북한인권포럼에 참석한 켄트 장관은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과 탈북자를 강제로 송환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 캐나다의 정착을 도울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Peter Kent: 캐나다 정부는 탈북자에 관해 열린 이민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 북한을 나오기도 어렵고, 대다수가 한국으로 가기 때문에 지금 캐나다 내 탈북자 수는 많지 않지만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인권을 짓밟는 정권이기에 이들이 그곳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캐나다 정부가 2001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지지하고 북한이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기를 촉구한다며 의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의 통과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온타리오주의 수상을 지낸 밥 래(Bob Rae) 자유당 외무간사도 탈북자에 관한 캐나다의 난민 정책의 방향은 명백하다며 북한의 인권 유린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기 때문에 난민 심사에도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ob Rae: 캐나다 정부는 강제송환의 위험이 있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합법적인 절차를 갖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기 때문에 난민 심사에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래 전 수상은 캐나다 정부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재료, 인력이 있지만 지역 안보의 불안정을 일으키기 때문에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며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자유당에서 외무 업무를 담당하는 브라이언 월퍼트 (Bryon Walfert) 의원과 야스민 라탄시(Yasmin Ratansi) 의원도 북한인권포럼에 참석해 ‘북한인권결의안’에 지지를 나타내면서 캐나다 내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09년 6월 30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탈북자는 48명. 이 중 37명이 올해 난민 심사를 통과해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지금도 100여 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난민 신청을 내 놓고 있어 앞으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에 관한 캐나다 정부의 관심이 커지면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탈북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도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캐나다에 정착해 난민 지위를 획득한 탈북자 장서희 씨도 캐나다 정부가 탈북자들을 받아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장서희: 북한을 나와 걱정 끝에 캐나다까지 성공적으로 와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꿈은 제가 여기서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해서 자식들에게 어려움을 물려주지 않기를 원합니다.
한편 북한인권포럼 이틀째를 맞은 5일 캐나다의 정부 관리와 의원, 미국과 한국의 인권 전문가와 탈북자가 모여 중국 내 탈북자의 현실과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미국의 인권전문가 데이비드 호크 씨는 북한 내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을 설명하면서 북한 당국이 이미 유엔에 약속한 인권 준수를 따르고 모든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척 다운스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으로 고통받는 중국 내 탈북자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중국 정부에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데 캐나다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후 북한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두가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캐나다의 의원들도 북한과 중국 정부에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래 전 수상은 당장 김 위원장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넘기는 일은 어렵지만 계속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녁에는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체코, 쿠바, 헝가리, 베트남 등 독재국가에서 고통받다 생존한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졌으며 북한의 요덕 수용소의 내용을 담은 음악 가극 ‘요덕 스토리’가 토론토 내 300여 한인들의 관심 속에 상영돼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