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이례적으로 관영 매체를 통해Entrepreneurship,즉 '기업가 정신'을 긍정적으로 묘사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최근 1면에 Entrepreneurship, 즉 ‘기업가 정신’에 대한 기사를 이례적으로 실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민간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의 제프리 시 회장은 최근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노동 신문 기사를 인용해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양조회사 기업가를 만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보도의 내용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아내로 '백두산 3대 장군'으로 불리는 김정숙이 한 양조장 기업가에게 “많은 사람들이 소자본 기업가들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상 김일성 주석은 소자본 기업가, 무역업자들을 국영 기업들만큼 신뢰했다”고 말하며 그들을 독려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 회장은 북한의 관영 매체가 ‘기업가 정신’을 아예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으로 묘사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긍정적인 어조로 묘사해 눈길을 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조선 익스체인지는 북한의 성공한 기업가들이나 창업 기업 투자자들(venture capitalists)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최근 창업을 준비하는 북한 젊은이들에게 해외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벌였습니다.
시 회장은 이런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3년전 이와 같은 사업들을 구상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그 당시 북한 경제인들을 ‘기업가 정신’과 관련한 해외 학술회의에 참가시키려 하자 그들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경제 동향을 주시하는 전문 웹사이트 ‘North Korea Economy Watch’ 를 운영 중인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 씨도 북한이 ‘기업가 정신’을 독려하려 한다는 사실이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악화될 때로 악화 되버린 북한 경제 체제 하에서 국영 기업들만을 통해 국가 재정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 더 잘 알고 있으며, 북한주민들도 국가에 의존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사적인 방법 (private initiative)을 통해 수입을 얻으려 하는 경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멜빈 : 북한 경제가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국가 소유 체제만을 통해 세수(revenue)를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제 기정 사실입니다.
하지만 멜빈 씨는 이렇게 북한 당국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변한 것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북한 경제 개혁(economic reform)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근본적인 경제 개혁을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방법상 약간의 변화를 꾀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