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른쪽 핸들 차량 폐기 조치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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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인민보안부가 올해 2월초 오른쪽에 조향(핸들)이 달린 차량을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지요. 하지만, 두 달쯤 지났는데, 없었던 일처럼 조용해졌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초 북한 인민보안부가 교통질서를 위반한 차량을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포고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우측에 운전대가 있는 외국산 차량을 전부 4월 25일까지 폐기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측 운전석 차량이 버젓이 운행되면서 북한 당국의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지방을 통해 연락이 된 북한 소식통은 "평양시 거리에 오른쪽에 운전대가 달린 일본 승용차, 화물자동차들도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며 "오른쪽 조향 차량을 모두 폐기하라는 국방위원회 지시가 사실상 무색할 정도"라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당국이 4월 25일까지 오른쪽에 운전대가 달린 외국산 차량을 전부 폐기하라고 한 마감시한이 훨씬 지났는데 여전히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소립니다.

소식통은 "대성무역총국과 능라총국 등 중앙당 외화벌이 기관들과 평안북도 내 외화벌이 회사들에서도 냉동차와 도라꾸형 탑차(콘테이너)들이 폐기되지 않고 중국 국경을 들락거린다"면서 "처음에 시범케이스로 단속된 차량들만 처벌받는데 그쳤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인민보안부에서 오른쪽 운전석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가 빈번하다고 김정은에게 제의서를 올려 비준 받았는데, 여기에 중앙당 39호실 외화벌이 기관들이 폐기차량이 넘쳐난다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 지시문이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인민보안부는 교통단속 포고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지방에 잠시 체류 중인 40대의 남포시 주민은 "이번에 교통포고는 가대기(개인 소유의 미등록차량)들을 겨냥한 검열이었다"면서 "보안부에서 개인 소유의 화물차를 들춰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명 '가대기'란,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차량이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등록하고 개인들이 돈벌이에 이용하던 차량들로 북한에 이런 '유령 차량'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포 주민은 "보안부에서는 이런 '가대기' 차량을 회수해 일부는 희천발전소 등 대건설장에 보내고, 일부 차량은 몰래 팔아먹기도 했다"고 비리를 폭로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포시 교통보안과에서는 4만 달러짜리 25톤 화물자동차를 회수하여 2만 3천 달러에 팔아 주인들을 분노케 하는가 하면, 평양시 교통보안국에서는 광복거리 광장에 세워둔 회수차량에서 기름을 빼내 팔아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