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25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한반도의 경색 국면을 타개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극도의 보안 속에 25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에 8개월째 억류돼 있는 미국인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서입니다.
26일엔 중국의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가 서울을 찾습니다. 지난주 북한에서 조율한 6자회담의 재개 방안을 한국 측과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된 한반도 정국에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6자회담 같은 미북 관계의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는 “과거에도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진전을 이룬 것처럼, 이번 방북도 천안함 국면을 넘어 6자회담의 재개 국면으로 나아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성장:
이번 카터의 방북과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의 관련국 방문을 통해서 앞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개인적 차원의 인도적 노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찾은 건 ‘곰즈 씨의 석방’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도 미국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북한과 다양한 차원의 대화를 이어가는 계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미북 관계의 진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양무진:
큰 틀에서는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대북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전략에 무게의 중심이 놓이지 않을까…
중국 정부는 우다웨이 대표의 관련국 순방을 통해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희망대로 6자회담이 열리려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의 첫 번째 방북에서처럼 북핵 문제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곰즈 씨는 지난 1월 북한에 무단입국한 다음 지난 4월 재판에 회부돼 8년 노동교화형과 북한 원화기준으로 7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