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너도나도 입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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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최근 북한에 당대표 대회와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 등 굵직한 정치적 행사가 잇따르면서 당국의 주민 통제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민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최근 평양의 친정집을 다녀온 북한출신 화교 류모 씨는 "평양에 한 달간 머물면서 내가 한 말을 모두 합해봐야 중국에서 평상시 하는 말에 반의반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말조심하며 쉬쉬하는 데다 보안원들의 눈치를 어찌나 심하게 살피는지 감히 누구에게 말 붙이기도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외국인이나 외부인은 현지주민들이 기피하는 눈치가 뚜렷하다는 얘깁니다.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친정집 이웃 주민들조차 예전 같으면 인사를 주고받았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눈길도 안 주고 모두들 자신을 의식적으로 피했다면서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아무래도 섭섭했다고 류 씨는 말합니다.

그러나 "잠결에도 허튼소리 하지 말아야한다"는 친정어머니의 얘기와 "중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했다가는 보안당국에 불려가 조사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이웃들이 피하는 것"이라는 친정 식구들의 설명에서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류 씨는 그러면서 이런 평양의 분위기는 "기가 막힌다는 말보다 숨이 막힌다는 말이 더 적당할 것 같다"면서 주민들을 옥죄기만 하는 공안통치의 끝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단동에서 신의주의 동생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한다는 무역상 조 모 씨의 말도 비슷합니다. "장사일로 거의 매일 동생과 통화를 해왔는데 최근엔 2~3일에 한번씩, 짧게 통화하는 것이 고작"이라면서 "당국이 최근에 전화통화 감시를 부쩍 강화하는 바람에 동생이 전화를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특히 "보안당국이 유언비어를 막는다는 구실로 하루 한건씩 다른 사람들의 비행을 신고하라고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내용을 형식적으로라도 적어내고 또 자신도 다른 누군가가 헐뜯는다는 것을 각오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조 씨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웃 간에도 자연히 왕래가 끊기고 서로 말도 하지 않으며 담쌓고 지낼 뿐 아니라 자신을 신고한 사람이라고 짐작되는 사람을 찾아가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는 일도 있다"며 주민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