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공안기관이 한국 드라마와 외국영화 단속을 강화하자, 북한 청년들이 중국제 휴대용 녹화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녹화기에 자체 충전기까지 내장돼 있어 정전이 되도 끄떡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청소년들 속에서 중국제 휴대용 녹화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중 국경지방에서 밀무역을 하고 있는 양강도의 북한 주민 양 모 씨는 "보안서에서 CD와 '메모리 기억기(USB)'검열을 너무 심하게 해서 요즘 북한에서 중국제 휴대용 녹화기가 잘 팔린다"고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 최근에 무엇이 인기가 높은가 하면요. 중국에서 나오는 CD플레이어가 인기가 높아요. 북한 돈으로 25만원~30만원이면 새것을 살 수 있어요. 인민폐로는 200위안이면 하나 사요. 이게 대량적으로 들어갔어요.
그는 현재 북한에서 컴퓨터 노트컴(노트북)은 가격이 한 대당 5천 위안(800~1천달러) 정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싸서 구입하기 어려운데, 휴대용 녹화기는 동영상도 볼 수 있고 외국어 공부도 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장만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격도 중국 돈 200위안(미화 30달러) 정도기 때문에 웬만한 집에서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이 녹화기에는 CD플레이가 있고 좀 더 좋은 것에는 USB(메모리 기억기)를 꽂을 수 있는 장치도 있어 한국 드라마나 미국영화를 이동하면서 볼 수 있다고 이 북한 주민은 말합니다.
북한 주민: 지금 북한에 전기가 안 오니까, 그 기계에 충전기가 있어요. 그 충전기에 한번 충전하면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으니까, 대학생들도 그걸 가지고 영어 사전 같은 것을 볼 수도 있고요.
중국 전자제품을 평양과 남포 지방으로 도매하고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 지방의 주민 황 모 씨도 요즘 북한 주민들이 텔레비전보다는 휴대용 녹화기를 더 많이 찾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이미 나온 내용들을 계속 반복해 내보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전자기기를 이용해 외국의 것을 더 많이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는 한국 드라마와 홍콩 무술영화, 심지어 미국의 첩보영화 '007'시리즈도 다 돌고 있다"면서 이런 내용물이 담긴 USB는 8기가짜리가 15~20달러에 거래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양과 남포 지방으로 전자제품을 나르는 전자기기 상인들은 기기를 넘겨갈 때(도매)는 꼭 외국영화가 담긴 CD와 USB를 함께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휴대용 전자기기들이 대량 유입되자, 북한 보안당국도 CD와 USB 단속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은 "불법 녹화물 단속기관인 보안서와 청년동맹 규찰대들은 대학생들의 가방을 수시로 뒤진다"면서 "심지어 길거리에서 레시버(이어폰)를 끼고 다니는 학생들까지 뭘 듣는지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민은 보안원들 자체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면서 "보안원, 당 간부 자녀들이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구경하는데, 어떻게 그 욕구를 막을 수 있겠는가?"고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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