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손전화 보급이 빨라지면서 각종 정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손전화로 물가정보가 교환되면서 과거 폭리를 취하던 상거래가 위축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에짚트(이집트)의 통신회사와 합작으로 개통한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서 이제는 주요 정보전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지방의 가족과 연락하는 탈북자 한순화(가명)씨는 "요즘 평양과 남포, 평성은 물론 함경북도 지방까지 손전화 통화가 가능하다"면서 달라진 북한의 통신망에 대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한순화: "핸드폰도 평양시라든가, 국내에서만 쓰는 것이 있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곳에도 핸드폰을 파는 게 있는데 아주 비싸지요"
고향의 가족과 1주일에 두 번 이상 연락한다는 한 씨는 "국경지방에서도 웬만큼 경제력을 갖춘 집들은 손전화를 1대 정도 갖춰놓고 산다"면서 자기네 가족도 전화를 이용해 전국의 장사정보를 '쌈박'하게 꿰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북한에 있을 당시 전봇대도 없어 서로 전화망이 두절됐던 것에 비하면 요즘 많이 달라졌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손전화는 평양을 비롯해 상거래가 발달한 도시들과 국경지방에 집중돼 있고, 내륙지방은 보급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혜산 지방에 사는 북한 주민 조씨는 "얼마 전 황해남도 봉천군에 갔을 때 그곳에서는 휴대전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손전화에 따라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기준도 생겨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손전화 대당 가격은 보통 미화 250~300달러로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농촌 주민들은 쓸 엄두를 못냅니다.
그는 "또, 전화기에 기본적으로 배정받는 200분을 다 쓰고도 모자라 보통 10달러 정도 전화카드를 사서 쓰기 때문에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손전화가 확산되면서 정보유통이 빨라져 일명 '달리기' 장사는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혜산에서 함흥 지방으로 공산품을 나르는 조씨는 "장사정보가 너무 빠르게 돌다보니 가격이 맞지 않아 큰 돈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90년대 중반 달리기들이 보통 30% 이상 이윤을 노리고 장사 다녔는데, 지금은 어느 지방이라 할 것 없이 가격이 엇비슷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하는 보따리 상인들도 요즘 북한 장사가 잘 안된다면서 그 원인을 손전화 확산을 꼽기도 했습니다.
몇 해 전까지 북한에 공산품을 반입해 큰돈을 벌던 화교들은 "이젠 평양 종합시장의 웬만한 물건 값은 중국과 거의 비슷하다"면서 "게다가 일반 주민들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물건을 사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