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대포폰’ 사용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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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남의 이름을 빌려 개통한 손전화, 즉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도 대포폰이 마약이나 조직범죄에 사용되고 있어 골칫거리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수가 24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명 '두 대 치기', 즉 남의 이름으로 등록된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지방 공무원은 "요즘 웬만큼 산다하는 사람들은 아리랑 터치식 손전화를 쓰고 있다"면서 "특히 간부와 큰 상인들은 이런 전화기를 두 대씩 가지고 다닌다"고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아리랑 스마트폰의 대당 가격은 450달러로, 북한의 웬만한 주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가격입니다.

이처럼 비싼 전화기를 두 대씩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북한 체신당국의 통화량 조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매 가입자당 통화량을 200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이상 넘어서면 통화내역을 도청하거나 감시를 한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때문에 장사를 크게 하는 상인들과 간부들은 200분을 다 쓰고 모자라 다른 사람의 명의로 손전화를 하나 더 뽑아가지고 모두 400분을 쓴다는 겁니다.

주민들 속에서 '두대 치기' 사례가 급증하자, 북한 보안부와 체신당국은 남의 이름을 도용해 사용되는 손전화가 마약 거래나, 절도 등 범죄에 사용되고 있어 강력 통제하고 있지만, 이런 사례가 많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함경북도 지방에 여행 나온 평양 대학생은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평양시의 웬만한 학생들도 손전화를 2대씩 가지고 다닌다"며 특권층을 위주로 대포폰이 상당수 퍼졌음을 암시했습니다.

이 학생은 "미화 20달러만 주면 자기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가난해서 평생가도 손전화를 가질 능력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빈곤한 주민들의 명의를 도용한 '두 대치기' 손전화 사용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에서 실제로 손전화 사용자수는 외부에 알려진 숫자보다 더 적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체신성과 함께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은 지난 6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24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도 초기에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5월 200만명을 넘어선 이후로는 둔화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